1971년 미국의 암 연구가 포터(V. R. Potter)가「생명윤리: 미래에의 가교」(Bioethics: bridge to the future)란 저술을 펴냄으로써 생명윤리란 용어가 처음으로 공식화 되었다. 이 책에서 포터는 인류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생명윤리가 필요하고 그것이 없을때 인류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경고를 하고있다.
그의 주요관심사는 인류의 생존이었다. 생명윤리를 경시할 때 인류는 삶의 질을 논할 자리는 커녕 생존자체 마저 불가능해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Bioethics)란 용어를 통해서 그는 인간생명에 대해 전통적인 의료윤리(Medical Ethics)에서 보다 더 폭넓은 윤리적 고찰을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실상 과거 생명에 관련된 윤리적 반성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한정적이어서 겨우 의료인들의 직업윤리(Professional Ethics) 정도였고 그것도 의료관련 개인간의 관계(의사와 환자, 의사와 의사, 의사와 의료정책 등)을 윤리적으로 규정하는 정도였던 것이다.
유전공학의 발전, 인공수태(인공수정의 단계에서 체외수정의 단계로 도약한 것은 1978년 이었다) 및 장기이식술의 발전, 각종 인체실험, 인간과 생태학적 환경과의 관계 문제 등이 거의 70년대에 일어났다. 따라서 이전 의료 관련 문제 및 그 인간관계들을 주로 다루던 윤리적 논의들은 이제 인간생명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실재와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반성하는 생명윤리에다 그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의학 윤리는 더 이상 어느 직업인들만의 개인윤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쏟는 사회 윤리(social ethics)의 차원으로 옮겨 간것이다. 생명에 관한 새로운 학문적 접근방법은 여러 연구소의 설립으로 점차 조직화 되어갔다. 철학자 칼라한(DㆍCallahan)은 이미 1969년에 헤스팅 센터(Hasting Center)를 설립하여 오늘날 전문 연구원만 30여명을 거느리는 그 조직을 통해서 많은 생명윤리관련 저술들과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한편 워싱톤의 죠지타운(Georgetown)대학에서는 1971년 케네디가의 출연으로 케네디윤리연구소를 설립하였고 그안에는 생명윤리 센터(Center for Bioethics)전 4권을 출판하여 생명윤리 연구에 크게 이바지 하고있다.
1980년대 이르러 생명윤리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의 첫 연구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였다. 1981년 이탈리아의 사끄로 꾸오레 가톨릭대학교(Universita Cattolica del Sacro Cuore)는 의학, 철학 및 신학의 상호대화를 위한 생명윤리 국제연구소(International Study of Bioethics)를 설립하였으며 1983년 로마 가톨릭의대는 생명윤리과목을 정규과목으로 설치하고 그 2년후 생명윤리센터(Centro di Bioethica)를 설립하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1백여개의 크고 작은 생명윤리 연구소가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생명윤리위원회들이 많은 대학과 병원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의과대학과 신학대학에 생명윤리 또는 생명의료윤리(Biomedical Ethics)라는 이름의 과목이 설치되어 있다. 신학대학중에서는 1987년 필자가 대구가톨릭대학에 설치한 것이 처음이며 의과대학의 경우 맹광호 교수에 의하면 1993년 당시 우리나라 총 32개 의과대학 중 의학윤리(또는 의료윤리, 생의윤리, 생명윤리)를 정규과목으로 강의하는 대학은 12개 뿐(미국은 1백 27개 의대중 1백 26개 의대에서 어떤 형태로든 윤리교육을 실시)이며 8개 의대에서 의사의 삶의 태도 정도의 짧은 강의가 있다고 한다.
의학도들에 대한 체계적인 윤리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우리나라 의학교육자들이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는 「태아 성감별, 여아 낙태로 남자 넘친다. 장차 처녀납치 성행우려」「의사와 짜고 병역기피 연골 수술」등의 기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참된 의도(醫道)를 걷는 의학도, 기술자 의사가 아닌 인술자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젊은 이의학도들로 하여금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봉사가 자기 삶 전체의 보람과 기쁨임을 참으로 깨닫도록 인도해야 한다. 의과대학교수들이 스스로 의료기술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인생관, 가치관부터 검증해 봐야 한다. 스승의 가치 관이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참 교육보다는 내 연구비 따오기에(돈), 강의준비보다는 보직에(명예), 제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당국자 만나기에(권력), 내사람 채용하고 내교실 키우기에(세력확장) 더 많은 시간과 신경을 쏟는 스승이 있다면 그에게서 배우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참고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구효성가톨릭의대에서는 의학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윤리학 개론」, 생명 및 의료관련 윤리문제를 다루는「의학윤리」, 나아가서 참다운 사회봉사자 의사를 지향하는「사회윤리」등 3과목의 윤리과목이 설치되어 있다. 여러 교수들이 관련자료, 모임 등을 소개해주는 등 의도교육(醫道敎育)에 협조하고 있어 매우 감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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