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고별의 말씀이 계속되고 있다. 전 번 대목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생명체적 일치를 강조하여 말씀하셨지만 오늘 대목에서는 그 생명체에 가해질 세상의 증오를 미리 알려 주신다.
제자들을 예수님과 하나로 묶어 놓은 원동력이 성부와 성자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었고 제자들이 예수를 알고 아버지를 앎으로써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기뻐하듯이 세속은 하느님 아버지를 모르고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도 모르기 때문에 아버지를 미워하고 아들도 미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미움은 자동적으로 사랑으로 하나가 된 제자들도 미워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그것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고 너희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서가 쓰이던 시대는 바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로마제국의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던 때였다. 그들은 세속의 권력자였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유대아인 교우들이 회당에서 추방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예수께서 적대하는 유대아인들과 대립할 때「너희는 아래에 속해 있고 나는 위에 속해 있다」(요한 8,23)라고 말씀하시며 세속의 영역과 예수의 영역은 근본적으로 대립되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니 세속은 예수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세속의 탐욕을 쫓고 하느님의 일을 훼방 놓는 사탄의 지휘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을 미워한다.
그때의 사정을 요한 일서는 잘 말해 주고 있다. 「세상이 여러분을 미워하더라도 이상히 여길 것이 없습니다」(3,13).
제자들도 세속이 돌아가는데 휘말려 그들과 부화뇌동한다면 그들은 제자들을 자기네들과 한패로 생각하였을 것이지만 제자들은 예수께서 뽑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예수의 사람이며 이것이 세속의 미움을 받는 연유가 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미「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마태10,24=대목 196: 요한 13,16-대목319).
한번은 주님이 유대아인들의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실 때 제자들도 주님을 따라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하셨고 또 한 번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며 그 말씀을 하셨다.
오늘은 주께서 적대자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신 후 제자들도 주님을 따라 같은 박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를 하시면서 격려의 뜻으로「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주님을 박해한다면 그 제자들도 박해를 받을 것이고 사람들이 주님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제자들의 말도 귀담아 들을 것이다. 사람들이 제자들을 박해하는 것은 다름 아니고 제자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가르치고 (사도5,41: 21,13:베드 전 4,14: Ⅲ 요한7), 예수의 이름으로 살기 때문이다(사도 4,10.12.17~18:5,28.40).
그들이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제자들을 박해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버지를 모르는 탓이다.
예수께서 유대아인들에게「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을 때 그들은 예수를 돌로 치려고 하였다(요한 8,55~59).
로마인들은「주님」이란 말을 오직 황제의 호칭으로 썼다. 그러니 그들은 황제 외에 다른 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지존하신 이름을 알렸고 예수 자신이 그 이름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일찍이 아무도 하지 못한 일들을 보여 주었지만 그들은 예수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고 예수가 한 일들을 못 본체 하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버지를 모른 체 하며 아버지를 미워하고 나를 미워한다.
예수께서는「나를 아는 사람만이 아버지를 안다」 라고 말씀하셨다 (요한8,19: 10,30: 12,44:14,9).
그러니「나의 이름으로 말하고 사는 제자들을 미워하는 것은 곧 나를 미워하고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이미「그들은 나를 까닭 없이 미워하였다」(시편 69,4)라고 개탄하였고, 하느님이 보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하였다(신명18,18~19). 그러니 예수를 미워하고 그 제자들을 박해하는 자들은 죄를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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