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쟁을 하는 어떤 나라를 위해 한 끼를 단식하도록 교황님께서 지시하셨는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어서 (그러니까 내 생일날) 아침 밥을 굶었다. 오! 하느님, 너무나 감사 감사합니다. 내 생일날 전쟁을 치르는 나라를 위해 아침부터 단식하게 해 주시다니」
지난해 독서 새물결운동 제1회 「독서대상」, 올해의 어린이상 「독서상」을 수상한 남수현(아녜스ㆍ잠전국교 6년)어린이가 자신의 일기모음 「내가 찾은 보물」(다섯수레 간행)을 펴냈다.
자신의 생일날 아침 단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따뜻하고 천진한 어린이의 마음은 책을 읽는 이의 마음까지 맑고 깨끗하게 닦아준다. 더욱이 몸에 배인 글 읽기로 쌓여진 풍부하고 다양한 독서량은 어른들도 깜짝 놀랄 만큼 반짝이는 개성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5살때부터 계속 써온 일기 중에서 뽑아 엮은 이 책은 「사랑해요 엄마」, 「자란다는 것」, 「내가 찾은 보물」, 「친구야 미안」, 「치자 어서 꽃피우렴」, 「안단테 칸타빌레」, 「첫영성체」등 모두 7가지 이야기들로 나뉘어 자연과 이웃, 책과 음악, 그리고 신앙에 대한 어린이의 꾸밈없고 사려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남양의 어머니 강미영(베로니까ㆍ40세)씨는 지난 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남양의 책사랑은 어머니의 영향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9월 전남 여수에서 아이의 음악공부를 위해 레코드 점을 하는 아빠를 두고 엄마는 아이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여수에서 꽤 알려진 한 대형서점에서 수형양은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아이와 함께 서점을 가면 어느샌가 없어져요. 그래서 찾다 보면 집에서 가져간 조그만 간이 의자위에 않아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책속에 파묻혀 있지요.」책을 찾는 손님들은 점원보다도 오리려 수현양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빨랐는데 그때 수현양은 아직 학교 다닐 나이도 안된 때였단다.
지난해 5월은 수현양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 생겼다. 어린이날 선물로 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아 문집을 펴낸 것이다. 이 문집은 이웃과 문인들에게 나눠졌고 수현양의 글을 읽은 이해인 수녀, 구상, 홍윤숙씨 등 문단의 원로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편지까지 받았다. 이 문집은 그후 거의 매달 발간되고 있다.
수현양의 책사랑은 음악사랑과 함께 한다. 아버지의 레코드 점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지금은 피아노와 첼로를 배우고 있는 수현양은 「욕심일지 모르지만 음악과 글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머니 강씨는 아이가「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며「책을 사랑하고 음악 속에 묻혀 그것이 자신의 생활이고 행복이라면 그것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독후감대회, 글짓기대회 같은 의무적 글쓰기는 적극 만류하고 「마음에서 넘쳐 흐르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래를 초월하는 수현양의 빼어난 지적 성취는 놀라운 것이지만 더큰 「보물」은 천진한고 맑은 어린이의 심성이다. 서문을 쓴 이해인 수녀는 「삶과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너의 생각과 태도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이며, 아름답고 따뜻한 것에 놀란다」며 「사랑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가족과 이웃을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네 곱고 바른 마음씨를 나도 배우고 싶구나」하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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