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홍 27살(사진). 한ㆍ베트남 2세인 그를 보면 영락없는 한국사람의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피부는 약간 까무잡잡하지만 순수 베트남인보다는 크고 단단해 보이는 골격이 그 안에서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실감나게 한다. 한 베트남 직업훈원생인 그가 요즘 꾸는 꿈은 「영한사전」과 성능좋은 자전거를 갖는것, 물론 이같은 꿈은 대부분의 한 베트남 2세들이 공동으로 꾸어보는 꿈이기도 하다.
국홍씨는 한살되던 68년경, 아버지와 헤어졌다. 비행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자기와 어머니를 남겨두고 미국이 베트남을 포기하기 훨씬 전 베트남을 떠나갔다. 무수한 다른 한국인들 처럼…. 아버지는 잃어버렸지만 어머니는 건재한 다른 2세들과는 달리 그는 어머니마저 잃었다. 완고하기만하던 그의 외할아버지는 아버지가 한국으로 떠나버리자 그의 어머니만을 미국으로 강제로 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무정한 외할아버지는 결코 그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종전(終戰)과 때를 같이해 그 역시 미국으로 떠나가 버렸다.
결국 홀로 버려진 국홍씨는 어느 마음좋은 베트남 가정의 양자로 맡겨졌고 그 양어머니는 11학년까지 그를 공부시키고 길러주었다. 현재 그는 아직 어린 양어머니의 두동생을 공부시켜야 하는 가정의 입장에서 열심히 직업훈련에 임하고 있다. 양어머니의 두동생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것, 그것은 아무런 조건없이 가정과 사랑을 제공받은 국 홍씨로선 반드시 성취시켜야할 성스러운 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한 베트남 직업훈련원은 국홍씨에게 있어 자신의 성스러운 의무를 성취시키기위해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장소가 아닐수 없다. 그의 소망은 열심히 기술을 배워 제대로된 회사에 다니는 것이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스스로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그의 이 희망은 많은 한ㆍ베트남 2세들과 또다른 전쟁고아들의 소망과 함께 한ㆍ베트남 청소년 직업훈련원에서 「이제 막 싹이 트고」있었다.
지난 4월 29일은 베트남의 무수한 전쟁 고아들과 한ㆍ베트남 2세들의 소망이 한걸음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기쁜날이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운동본부장이자 한ㆍ베트남 청소년 문화교류후원회 공동회장인 오태순 신부와 한마음 한몸운동본부 평화기금 원조담당 백춘복 수녀, 홍보담당 서정숙씨 등 실무자 일행이 베트남 호치민시 한ㆍ베트남 직업훈련원을 방문, 제2차 지원금을 전달한 것이다.
이날 오신부 일행이 훈련원 측에 가증한 내용은 훈련원의「기계공과」와 「한국어과」개설지원에 필요한 기자재와 비용 등으로 이 기금은 대우중공업과 한국 국제 협력 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또다른 목적은 94년 5월 개설된 자동차정비공과의 졸업생들을 한국의 현대자동차에 「기술연수」를 받도록 하는 것.
기계공과와 한국어과 개설은 한ㆍ베트남 훈련원의 발전적 운영을 위해선 반드시 선택해야할 과정이었고 오는 9월 졸업예정인 자동차 정비공과 1회 졸업생들의 기술연수 역시 배운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선 미룰수 없는 목표였다. 이번 제2차 지원금 전달식과 더불어 기계공과 한국어과 개설은 준비 단계에 들어간 셈이며 이를 위해 훈련원생을 2~3백으로 증원하는 문재도 함의가 이루어졌다.
이미 논의가 있었던 1회 졸업생들의 한국연수 문제는 4월 30일 후원회 공동회장 오태순 신부가 베트남 교육훈련성 장관과 면담, 발전적으로 함의가 마무리했다. 현재 한ㆍ베트남 청소년 직업훈련원생은 모두 60명. 11명의 교사와 직원이 관리하는 훈련원은 한ㆍ베트남 청소년문화교류후원회 지원으로 베트남 교육 훈련성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훈련원생 60명 중에는 15명의 한ㆍ베트남 2세가 포함돼 있지만 이들에 대한 「특별배려」는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한인 2세와 더불어 1백만 전쟁고아 모두를 관심의 대상으로 한다」는 후원회 발족취지에 따른것. 실제로 한ㆍ베트남 청소년문화교류후원회는 직업훈련원을 한국 베트남 양국 청소년들의 문화교류 및 기능기술 향상지원을 설립목표로 93년 8월 탄생한바 있다.
후원회를 발족시키는데 주역을 담당한 오태순 신부는 훈련원 사업을 한국정부의 관심하에 기업과 종교단체들이 함께 동참하는 범사회적, 범종교적 차원으로 끌어올렸으며 이 사업에 베트남 정부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정리했다. 따라서 한ㆍ베트남 직업훈련원은 한ㆍ베트남 2세와 전쟁 고아들을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단체가 책임을 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양국 모두가 인식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한 징표가 된 셈이다.
현재 베트남내에는 10여개가 넘는 직업훈련원이 성업중이다. 그러나 이미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대로 이들 훈련원중에는 「제사보다 잿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진 관계자들의 어리석은 행태로 인해 문을 닫거나 신뢰를 잃어버리는 예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바로 이 점에는 한ㆍ베트남 직업훈련원생들은 운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좋은 운을 성공으로 열매맺게 하기 위해선 설립취지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강조의 여지가 없는 일 일 것이다.
4월 29일 직업훈련원 현장에서 만난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겐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를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전쟁이라는 악연으로 만남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불행이 이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치유를 시작하고 있음을 분명히 목격했다.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한ㆍ베트남 2세. 그리고 전쟁고아들의 소망. 소박하지만 건강한 이들의 소망은 우리의 관심과 우리의 사랑이 지속될때 활짝 꽃피울 수가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