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나 몇 살 먹은 걸로 봤어? 한 칠십 먹은 줄 알겠지?”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부끄러워하는 한 청소년 앞에서 91세 할머니가 눈을 찡긋거리며 농을 건넨다. 할머니와 청소년들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할머니와 청소년들은 천사의 모후 수녀회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 아녜스의 집에서 매달 셋째 주일, 아름다운 동행의 시간을 갖는다. 한 참가 청소년의 학부모가 이곳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제안한 이 시간은 다용도 접시 만들기, 종이 접기, 리스 만들기, 비즈공예, 노래방 등으로 진행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이하며 할머니들과 청소년들은 조부모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함께 성장한다. 손자 같은 청소년들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들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려 고된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 모두가 치유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는 남자들도 바느질을 할 줄 알아야 돼요. 우리 영감도 바느질을 참 잘했어. 내가 한 쪽 눈이 잘 안보이니까 이 바늘귀만 끼워주라.”
청소년들은 묵묵히 할머니의 바늘과 실을 잡아 끼워준다. 오늘 할머니들과 함께 만든 비즈는 엄마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할머니의 목에 비즈 목걸이를 걸어보고, 휴가 이야기를 함께하며 청소년들과 할머니들이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날 때는 서로가 알만한 노래를 준비해 부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박보비(마리아·87) 할머니가 말했다.
“손자 생각도 나고 좋지, 뭐. 서로 궁금한 것은 알려주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한 달 동안 어찌 지내나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래요. 학생들, 참 예쁘잖아요.”
“백발의 할머니와 청소년들 매달 만나는 친구가 되다”
발행일2012-09-02 [제2810호, 7면]
▲ 매달 셋째 주일 ‘아녜스의 집’ 할머니들은 청소년들과 아름다운 동행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