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25가 돌아왔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 서려있는 6.25가 올해로서 45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광복 50주와 함께 분단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6.25는 통일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그 감회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본지는 분단 50주에 맞이하는 6.25특집으로 한국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북한에 본원을 두었던 수도회를 찾아보았다. 전쟁으로 인해 수도원의 모원을 북에 남겨둔 채, 미처 피난 못한 회원들을 그대로 둔 채 38선을 넘어야 했던 수도회의 역사와 통일을 향한 기대, 북한선교 준비 등을 들어본다.
수도회중에서 북한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남녀수도회는 성베네딕도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등이다.
이중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는 1932년 평양 상수구리에서 그 기원을 열었고 성베네딕도회는 1920년부터 함경남북도화 간도지방을 관할하는 원산교구포교를 위임 받아 덕원에 수도원을 마련했던 역사가 있다.
특히 성베네딕도회(원장=이덕근 아빠스)는 49년 5월 9일 수도원 모든 장상들을 비롯한 신부 수사들이 체포되어 50년 10월 독일인 신부 6명과 한국인 신부 5명이 처형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사우어 대수도원장을 비롯한 18명의 신부 수사 수녀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사실도 기록으로 지니고 있다.
최근 김상진 신부의 북한 나진선봉병원 설립 추진으로 본원 귀향의 기대를 가시화 시킨 성베네딕도회는 현재 교회법적으로 함흥교구 덕원면속 수도원구를 관할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수도원 건물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수도공동체를 원래 자리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지니고 있다.
90년 수도회 내에 북방선교회(회장=김상진 신부)를 설치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북한선교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베네딕도회는 특히 중국의 문화혁명 후 연길교구와의 교류를 통해 북한의 상황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독일 베네딕도회원이 북한을 방문, 평양 원산 금강산 등을 돌아보고 옛 수도원 자취를 찾아보는 기회가 있었다고 이를 통해 확인된 것은 덕원수도원 자리가 현재 김일성 농과대학으로 변모해 있다는 점이었고 그 외의 수도원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베네딕도회는 국제수도회라는 이점 때문에 다양한 채널로 북한의 상황 파악과 접촉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곳에 잠재적으로 남아있는 교회를 다시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베네딕도회는 북한이 복음화되고 교회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고무시키는 작업들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추진할 생각이다.
식량원조 등의 방법으로 그들이 우선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복음화에 앞서 준비해야 할 단계라는 것이다. 베네딕도회는 이러한 총체적인 북방선교 작업을 위해 예산의 5%를 할당하고 있기도 하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총원장=우소영 수녀)도 어느 수도회보다 통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 1932년 현재 평양시 소년궁전 자리인「상수구리」에서 수녀회의 보금자리를 틀었던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는 6.25후「한시도 북한을 잊은 적이 없다」는 말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6월 27일로 창립기념일을 맞이하는 수녀회는 매년 창립일이 되면 창립자인 평양교구장 모리스 몬시뇰의 정신을 얼마나 살고 있나 되새기면서 또한 국토의 반쪽을 살면서 반쪽인줄 모르고 사는 현실을 반성하곤 한다.
수녀회 본산이 북한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항상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녀회는 또한 50년 5월 14일 공산당의 수녀원 점령으로 남하를 감행했을 때 11명의 회원이 함께 하지 못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이렇나 수도회 특수성만큼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는 두고 온 회원들을 찾는 노력과 함께 통일 후 평양 모원에 꼭 다시 찾아가리라는 마음으로 선교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2년 창립60주년을 맞아 평양 장충성당에서늬 기념미사 봉헌을 계획하기도 했던 수녀회는 94년 연초 중국 용정에 분원을 설치, 북한 선교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4명의 회원들이 진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수녀회는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북한을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각종 교육을 마련 통일의식을 고무시키고 있다. 실제적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수녀원 수입의 5%를 저축하고 있다.
1926년 성베네딕도회 활동을 지원키 위해 원산에 진출, 활동을 시작했던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는 한국공동체가 시작했던 원산지역이 아니더라도 대북 교류가 자유로워지면 북한인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선교를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본당 교육활동 등을 활발히 펼치며 6.25이전까지 원산 교구에서 활동했던 포교 성베네딕도회는 현재 한국 공동체 회원 3명을 연길에 파견, 국제 본부의 병원 수녀원 건립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한국공동체 단독의 북한선교나 공산권선교 계획은 없지만 국제본부의 활동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돕는 일에 나설 방침이다.
이 같은 세 수도회의 입장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선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돕자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50년간 떨어져 살아오면서 굳어진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하자는 것이다.
성베네딕도회 나진선봉병원설립 추진도 복지사업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주고 교회의 좋은 인식을 우선적으로 심어주고자 하는 의지이다.
통일에 대한 기대와 북한선교 방안이 무성한 가운데 조용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준비되고 있는 세 수도원의 본원 귀향 계획과 선교 방안은 또한 보다 폭 넓은 선교의 의미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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