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빨간 벽돌로 지은 말끔한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는 가톨릭출판사(사장=오지영 신부)는 무려 1백9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한국 천주교회 출판계의 산 증인으로 자리잡아왔다.
가톨릭출판사는 매체를 통한 선교뿐만 아니라 쇄국정치하에서 문화사업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고 일제하에서 우리의 얼을 지키고 한글문화의 발달을 촉진하는 등 개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1880년 한불자전, 이듬해 한어문전을 펴냄으로써 출판사업을 시작했다. 가톨릭출판사는 1886년 한불조약과 함께 파리외방전교회 고스트 신부가 일본에서 활판인쇄기를 들여와 서울 정릉에 성서출판소를 차린 데서 출발한다.
1906년에는 주간 경향신문을 창간, 신문 부록으로 보감(寶鑑)을 간행함으로써 경향잡지의 시초가 됐고 1933년에는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하는「가톨릭청년」, 1960년 1월에는 순수 어린이 잡지인 월간「소년」을 창간했다.
1898년 명동성당으로 옮겼던 출판사는 1979년 8월 우리 나라 최초 성당인 약현성당구내로 자리를 옮겨 1980년부터 85년까지 현대식 옵셋기와 최신식 사진식자기를 도입해 본격적인 옵셋인쇄문화의 문을 열었다.
유구한 역사는 자랑스러운 전통이지만 때로는 진부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가톨릭출판사는 이 점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먼저「가톨릭출판사」라는 회사명이 비신자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향한 문서선교의 사명감 아래 1988년 도서출판「새남」을 설립, 은은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배어 있는 책들을 발간하려 노력한다.
그 동안 탄탄하게 다져진 내실을 바탕으로 문화사업에 적극 관심을 갖자는 것이 또한 앞으로 출판사의 방침이다. 그 하나가 명동 가톨릭회관 1층에 설치한「책사랑」이다. 「문화복덕방」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책사랑」은 출판사 구별 없이 모든 책을 구비한다. 책 판매보다는 오가며 들러 책 정보를 얻고 필요하면 제작상담도 해준다.
또 하나는 상업적 성과 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책, 필요한 책을 발간한다는 의지이다. 일례로 내년 출판 예정으로 한창 작업 중에 있는 성지안내서의 제작비 일체를 출판사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출간된「상고연구자료집」(上古硏究資料集. 1992)은 9백 쪽이 넘어 방대한 분량에 우리 민족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자료를 모은 것으로「상고연구소」(上古硏究所)소장 김효신 신부의 40여 년 작업의 결실이다. 시(詩)와 서(書)에 반영된 고대 중국인의 천주사상과 숭조(崇祖)에 관한 제사관을 다룬「선유의 천주사상과 제사문제」(주재웅 지음. 1958), 「상해 천주교 요리」(윤형중 지음. 1957)상중하 권은 오래 전에 출간한 책이지만 그 중요성이 상당한 것으로 추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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