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인 러시아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초기작「솔라리스」가 성 베네딕도 수도원 시청각종교교육연구회에 의해 2편의 비디오로 출시된다. 이 영화는 6월 20일과 21일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세계 OCIC회장 헹크 획스트라 신부 초청「영화와 영성」에 관한 세미나에서 신자들에게 상영돼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에는 세번째로 소개되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솔라리스」는 얼마전 국내에서 상영돼 영화 매니아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는 「희생」이나「향수」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그의 초기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폴란드작가 스타니슬라브렘의 공상과학소설을 영상화한 상영시간 2시간 47분의 대작「솔라리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함께 SF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소중함을 깊이있게 다룬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영화가 공상과학영화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감독의 말대로「솔라리스」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한 편의 시(詩)와 같은 영화다. 사고하는 행성 솔라리스, 인류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우주의 신비로운 행성 솔라리스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진지한 영상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는 솔라리스 탐사계획의 지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파견된 심리학자 크리스 켈빈이 솔라리스 우주정거장에서 충격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크리스 역시 10년전 자신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살한 아내 하리의 방문을 받고 그녀와의 관계속에서 서서히 인간에 대한 사랑 체험을 하게된다.
마치 연옥의 세계속에서 자신과 관계해왔던 수많은 사람을 직접만나게 되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로하여금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특히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졌던 이들을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직접 만난다는 상상만 해도 죄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솔라리스」의 감독 타르코프스키는 바로 이 점을 영화를 통해 전달해주고 있다. 「죄의식과 수치심이야말로 인간을 구원하는 열쇠이며,양심의 고통을 거쳐 영혼을 살리는 사랑을 얻는다」는 그 자신의 말 대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과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의미로서「생각하는 바다」라는 의미의「솔라리스」는 고해성사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주라는 공간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졌던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인간애(人間愛)에 대한 깊은 회개를 통해 사랑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모시키는「솔라리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 교회의「고해성사」와도 같다는 얘기다.
「솔라리스」로부터 귀환한 크리스가 의절한 아버지앞에 무릎을 꿇는 마지막 장면은 긴통과의례를 거쳐 어둠에서 빛으로 돌아온「탕자」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71년에 제작된 이 영화 속에서 물질만능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깊은 사랑체험과 함께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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