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것이고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만찬을 제자들과 같이 드시고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을때에 이 말씀을 하셨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것이고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은 벌써 여러번 하셨다. 적대자들이 이미 예수를 잡아 죽일 작정을 했을 때 그 한 패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이 말씀을 하시면서 「너희는 내가 있는 곳에 올수 없다」고 하셨다(요한 7,33:8,21).
이때 「너희는 내가 있는 곳에 오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예수를 따르느냐 등지느냐를 결정하는 선택하라는 뜻으로 말씀하셨다. 그때 유대아인들에게는 「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고 하셨고, 제자들에게는 예수를 다시 만나는 방도로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그리고 「하느님을 믿고 나를 믿으라」고 말씀하시며 「다시 와서 너희들을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 14,1~3)고 약속하셨다.
수난의 때가 점점 가까와 지면서 제자들이 더욱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내가 가면 너희를 도와줄 다른 보호자 성령을 보내 주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간다」고 하시며 실의에 빠진 제자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셨다(요한 14,27~28).그리고 「나는 지금 아버지께로 돌아가니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기쁨이 될것 이다」(요한16,5)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지금 또 다시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다시 볼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렇게 여러번 되풀이 되는 말씀에서 「조금 있으면」이라는 말씀에 제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언제 어떻게 주님을 다시 뵙께 될까, 근심에 젖은 제자들에게는 희망의 빛이 막연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예수께서 떠나가시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다가왔고 제자들은 아프디 아픈 고통이 조여들고 있다. 그래서 조금 있으면 주님을 보지 못할것은 확실하지만 또 조금 있으면 다시 보게 될것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후의 만찬으로 시작하는 예수의 고별말씀은 예수의 수난과 부활, 그리고 그 후의 일들이 단지 그때에 일어났다가 끝나는 역사적 사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세상 마칠때까지의 예수의 현존이 믿음의 삶으로 계속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제자들은 직접 가시적으로 예수와 함께 삶을 체험하고 그 후 모든 신앙자들은 영성적으로 현존하는 예수와 함께 삶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금 있으면 다시 보게 된다」는 말씀은 당장은 부활 후의 스승과의 만남을 말하고 그 후에 계속하여 예수께서 보내주시는 성령을 통하여 예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됨을 말하며 그 날이 오면 구름을 타고 오시는 「사람의 아들」을 모두가 뵙게 될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조금 있으면 예수는 수난을 당하고 제자들은 슬픔에 잠겨 잠시 동안 원수들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또 조금 있으면 그 슬픔은 기쁨으로 바뀔것이다. 주님을 다시 뵙겠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는 이 감격을 로마 교회에 전하면서 「그리스도께서는 한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무찌르고 다시 살아나서는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계십니다」(로마6,9). 그러니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세례를 말함) 그분과 하나가 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서 그 분과 하나가 된것입니다」(로마6,5)라고 외쳤다. 고통이 기쁨을 가져다 주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이치를 예수께서는 산고를 겪는 여인이 애를 낳고 기뻐하는데 비겼다. 이 여인의 영상을 구약성서에서 메시야 구세주를 예고하는 영상으로 예언되었다(창세3,15~16: 이사2,6,17~18: 이사66,9~11).
아기를 낳은 기쁨의 여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삶을 같이 하는 교회를 상징하며 구세주를 세상에 낳은 성모마리아를 상징한다. 그때에 가서는 명오(明悟)가 열리어 그 동안 알아듣지 못했던 것을 환하게 깨닫게 될것이다(요한2,22:12,16: 13,7: 20,9).
예수의 현존을 체험하는 기쁨도 예수를 완전히 깨닫는 지혜도 보내 주신 성령의 도움으로 이루어 질 것이며 이제부터는 예수를 알아보는 은혜를 받고 예수와 함께 사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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