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백50여년전에 쓰여진 한권의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지혜의 원천이 되고 있다.
17세기 스페인의 예수회 수사이자 철학자였던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sar Gracian Y.Morales, 1601-1658)의 저술을 독일의 대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극찬하며 번역한「세상을 보는 지혜(Hand-Orakle Kunst der Weltklugheit)」(둥지 발행)는 91년 12월 한국에서 발간된지 3년만에 1백만부를 돌파했다.
현재 1판 75쇄가 매진됐고 개정판을 포함해 총 83쇄를 찍었으며 아직도 주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10위권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책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현란한 영상문화시대에 이처럼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가?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인간은 그 속성상 수많은 다른 인간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그런 관계속의 삶이 곧 인간본성에 속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세기를 넘어서 현대의 독자들에게 다가온 이 책은 관계속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런 인간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이 책은 일러준다.
저자는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사변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는 경구 2백95개의 목록을 제시한다.
그것은 18세에 예수회 수사가 되어 46세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편력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3백56조로 된 중국의 채근담(菜根談)과 대비될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보여준다.
그라시안은 짤막한 경구들을 통해 교묘한 처세술을 논하고 명예욕을 부추기는 등 교활한 차세술을 가르치는 듯도 하지만 결코 얄팍한 표피적 처세를 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성덕을 추구하는 고압적 훈계도 아니다. 그저 겉과 속, 선과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의 속성을 그대로 이해하고 나아가서 서로 사랑으로 살아가 수있는 지혜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책의 매력을 발견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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