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은 최초의 한국인 신부요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특히 금년에 맞는 김신부의 축일은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순교 1백50주년(1996년)을 준비하는 마지막 해로 사뭇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따라서 김대건 신부의 순교 1백50주년을 준비하고 그분의 삶과 영성을 재조명하는 작업으로 김신부의 생애 26년간 이 땅에 남긴 김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지상(紙上) 순례를 떠나본다.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순교 여정을 지상 순례하기에 앞서 먼저 김신부에 대한 보다 충실한 상식을 가지고 떠나기 위해 간단히 족보를 소개한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순조 21) 8월 21일(양력) 충청도 솔뫼에서 김해 김씨인 김제준(金濟俊ㆍ이냐시오)과 장흥 고씨 우술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신부에겐 동생이 한명 있었으나 어릴때 사망했으므로 현재 김신부의 직계 후손은 남아있지 않다. 김대건 신부의 아명(兒名)은 재복(再福)이며, 보명(譜名)은 지식(芝植), 관명 (冠名)이 대건(大建)이다. 김신부의 집안은 몰락 양반 가문으로 증조부인 김진후(金震厚ㆍ비오)때부터 천주교를 믿어 왔다.
김대건 신부의 집안은 증조부에게서 김대건 신부까지 32년 사이에 4대 10명이 순교한 순교자 집안이다. 아버지 김제준은 1839년 서울 서소문에서 참수, 순교함으로서 1백3위 한국 순교성인중 한 분이다. 또한 김신부와 최양업 신부는 외6촌간으로 김대건의 증조모 이멜라니아가 내포의 사도 이존창(李存昌)의 딸이고,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순교자 이성례는 이존창의 손녀 즉 멜라니아의 조카 딸이다.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관련한 국내 성지와 사적지는 주로 김신부의 삶의 자리와 사목지, 유해와 유품이 남아있는 곳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성지와 사적지 소개 순서도 김신부의 생애에 따라 소개한다.
▨솔뫼(松山)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는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송신리에 위치해 있다.
소나무 숲이 청청하다고 솔뫼로 불리는 이곳은 김신부의 증조부 김진후가 영세한 이후 교우촌이 형성돼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신앙의 못자리인 솔뫼는 1976년 대전교구에서 성지 조성작업으로 김신부의 생가터와 우물이 단장돼 있고 3미터 높이의 김신부 동상과 기념탑이 서있다.
김대건 신부가 7살 되던 해인 1872년 일가가 경기도 용인땅 골배마살로 피신하기 이전까지 살았던 곳인 솔뫼는 지금도 생가에 있는 우물가에선 영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듯한 지하수가 샘솟고 있다.
솔뫼에는 또한 스승예수 제자수녀회 이마리 임마꿀라 수녀가 만든 성모자상과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십자가의 길 14처가 순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용인 골배마실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 남곡리에 위치해 있는 골배마실은 김대건 신부 일가가 조부 김택현을 따라 병인박해를 피해 솔뫼에서 이사와 15세때 마카오로 떠나기 전까지 8년 동안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김대건 신부의 부친 성 김제준의 묘소가 있는 골배마실은 현재 양지 리조트」라는 골프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골프장 한 귀퉁이에 교회 사적지임을 알리는 제단과 김신부의 석고상 하나가 오늘의 골배마실의 전부이다. 더이상 복원할래야 할 수 없게끔 레저타운으로 훼손 돼 버렸다.
▨용인 은이공소
골배마실과 인근에 있는 은이공소는 김대건 신부가 1863년 모방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학생 후보로 선발된 곳이며 김신부의 첫 사목지로 한국인 신부가 처음으로 미사 성제를 봉헌한 유서 깊은 곳이다.
또한 은이공소는 김대건 신부가 체포되기전 자신이 공식적으로 최후의 미사를 봉헌한 곳이기도 하다.
고 오기선 신부가 감수한 「용인천주교회사」에 따르면 은이공소는 조선교회 사상 최초의 본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2천평 남짓한 은이공소는 현재 불교신자인 권봉희씨의 소유지가 돼 서울산업사라는 이쑤시개 공장과 무성한 텃밭으로 내버려져 있다.
▨새남터
김대건 신부의 순교지인 새남터는 오늘날 정확한 위치는 확인될 수 없으나 현재 철도청 기관고로 사용하는 부지일 것이라는게 한국 천주교회의 오랜 주장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고증이 어려운데다 부지의 확보마저 어려워 새남터 근방으로 추정되는 서울 용산구 서부 이촌동 199번지를 매입, 1950년 순교 기념지로 지정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1983년 한국 복자수도회가 이곳에 새남터 대성전 건립공사를 착공, 이듬해 지하 1층 지상 3층, 종탑 3층의 한국식 건물을 완공했다.
▨미리내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던 곳인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미산리에 소재한 미리내 성지는 지금도 김신부의 가묘와 기념경당이 있다.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한 김신부의 유해를 신자 이민식 빈첸시오가 1백50여리의 밤길을 달려 그의 선산인 이곳 미리내에 안장했다. 미래내에는 또한 김신부에게 부제품을 주었고 함께 중국땅을 여행하기도 한 조선 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의 유해가 그의 유언에 따라 김신부 묘소 옆에 묻혔고, 김신부의 어머니인 고우술라와 김신부의 유해를 운반해온 이민식의 묘소가 이곳에 단장돼 있다.
▨가톨릭대 성신교정
1901년 김신부의 시복조사를 위해 유해가 당시 용산신학교로 옮겨지면서 가톨릭대학 성신교정은 성 김대건 신부의 영면의 휴식처가 됐다.
김신부의 유해는 1950년 6월 25일 용산 성직자묘지로 잠시 이장됐다가 1951년 서울 혜화동 소신학교 성당으로 모셔진 후 다시 1960년 7월 5일 가톨릭대학으로 이장,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학 성신교정 박물관에는 김신부의 유해와 유품 수점이 소장돼 있으며 성당에는 감실과 함께 김신부의 두개골이 모셔져 있다.
▨절두산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소재한 절두산 성지 순교자 기념관에는 이벽, 이가환, 정약용 등 초기 교회 창설자의 유품과 함께 많은 순교성인들의 유해와 유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청동상이 우뚝 자리하고 있는 절두산 성지에는 또한 김신부의 유품 다수가 소장, 전시돼 있는데 여기에는 김신부의 모친 우술라의 생가터에서 발굴한 방추돌과 김신부가 애용하던 청동제 종이칼, 김신부가 중국 소팔가자의 정아우구스티노 회장집에 남기고 온, 모자술, 김신부의 친필서한, 김신부의 마지막 편지, 김신부의 김해 김씨 세보와 김신부 유해 조사록 등을 볼 수 있다.
▨마카오
중국 광동성 중산현 남부 주강 삼각주에 자리한 마카오는 포르투칼의 식민지 항구로 가톨릭 교회의 극동지역 선교 전초기지였다.
1732년 파리외방전교회 경리부가 이곳에 자리하면서 한국 교회와 인연을 맺게 된 마카오는 1836년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신학생 최방제가 사제수업을 위해 유학오면서 한국 교회의 사적지가 됐다.
▨중국 소팔가자
1943년 12월 25일 최양업 신부와 함께 김대건 신부가 부제 서품을 받았던 곳인 소팔가자는 중국 장춘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이다.
작은 집 8개로 시작된 마을이란 뜻의 소팔가자(小八家子)는 1985년 새로 성당이 건축돼 김신부가 부제품을 받던 1백50년전의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소팔가자는 또한 1842년부터 이곳에서 신학공부를 계속하던 최양업 신부와 합세해 김신부가 1843년부터 1844년 부제품을 받기 전까지 신학공부를 한 학습지이다.
▨중국 상해
김대건 신부의 사제 서품지인 중국 상해. 김신부는 1845년 8월 17일 상해 영안에 있는 김가항(金家港)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 부터 사제로 서품됐다.
김대건 신부의 서품식이 거행된 본래의 성당은 오래전에 파괴됐으며 지금의 성당은 세번째 개축된 것이다.
<김대건 신부 연표>
■ 1821.8.21 충청도 솔뫼에서 탄생
■ 1836.4 모방 신부에게 영세, 신학생 후보로 선발
■ 1837.6.7 마카오에 도착.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 신학교 수학
■ 1842.12.29 1차 입국
■ 1844.3.8 2차 입국
■ 1844.12.25 소팔가자에서 부제품
■ 1845.1.1 3차 입국
■ 1845.8.17 상해 김가항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서품
■ 1845.9.28 4차 입국
■ 1845.11~1846.4.13 은이공소에서 사목
■ 1846.6.5 체포
■ 1846.9.16 새남터에서 순교
■ 1925.7.5 시복
■ 1984.5.6 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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