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은 잘 웃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은 어김없이 미소를 보낸다. 좀 헤프다 싶을 정도인 그들의 미소를 보면 그들의 민족성을 알수가 있는 듯 하다. 스스로 평화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 그들의 미소가 바로 평화를 사랑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기도 한다.
평화를 갈망하며 미소를 익혀 온 베트남, 그러나 베트남의 역사는 그들이 갈망하고 사랑해온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과의 천년전쟁, 프랑스 식민지, 남북분단과 전쟁, 그리고 공산화통일, 비록 하나가 되긴했지만 오랜 세월동안 얼룩진 역사속에서 베트남은 미소를 잊어버리는듯 했다. 그 베트남이 지금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 미소를 되찾고 있다.
지난 5년간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운동본부가 시도해온 베트남 교회와의 사랑나누기는 베트남 사람들의 미소 찾기에 작은 불씨가 되고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한마음 한몸운동본부 본부장 오태순 신부와 관계자 일행의 베트남 방문은 바로 한국교회의 작은 사랑이 베트남의 곳곳에서 미소로 승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베트남을 돕기 시작한 것은 91년 7월. 지난 5년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모두 29회 걸쳐 베트남을 지원했다. 인종 국적 종교 피부색을 초월, 인간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한마음한몸 원조금의 정신에 따라 베트남 곳곳에 작은 사랑을 전달했다.
한ㆍ베트남 2세를 비롯 수백만 전쟁고아들의 직업훈련원 개원기금, 극빈주민 자활기금, 산동네신자들 자활기금, 여성직업훈련원 개설 지원, 낙후지역 유치원운영지원, 소수민족 어린이교육지원 등등 한마음한몸 기금은 5년여동안 베트남 전역에 고루 뿌려졌다. 또한 재건과 자활에 불타고 있는 베트남교회를 간접으로 나마 돕는 일에도 한마음한몸 기금은 사용됐다.
이번 방문에서 한마음한몸본부팀은 그동안 나누어온 사랑의 현장들을 찾아보고 한국교회의 사랑이 어디서 어떻게 꽃이 피고 있는지를 돌아보았다. 비교적 개방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수안록교구 나트랑교구 등등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비교적 관심을 갖고 지원해온 지역이었다.
물론 이번 방문길에는 호치민시를 중심으로한 남부 베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는 북부 하노이지역도 함께 돌아보았다. 하노이교회와 교회가 전개하고자 하는 각종복지사업을 지원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에 효과적으로 응답하는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찾고자 하는것이 이번 북부 베트남 방문의 목적이기도 했다.
푸구옹교구의 송배지역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운영하는 몬타나족 유치원 등 교육기관이 있는 곳. 베트남의 수많은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몬타나족 어린이들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3살에서 5살까지 70여명의 어린이들의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과 함께 역시 소수민족의 중학생들의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는 원장 데레사 수녀와 9명의 수녀ㆍ예비수녀들이 이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 70세의 고령이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는 데레사 수녀는 『종교ㆍ민족을 초월,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한다는 정신으로 임한다』면서 『한국교회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원금으로 교육기자재를 구입하고 의료사업도 펼쳐온 송베지역은 현재 의약품이 부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밝고 명랑한 모습의 유치원어린이들은 이날 우리 방문팀을 위해 몬타나족 언어로 성가 「성모님의 사랑」을 부르는 등 따뜻한 환영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해주었다.
한마음한몸 기금이 지원된 미토교구의 유치원 역시 살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운영을 맡아 1천명이 넘는 어린이를 돌보고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미토지역은 주민 대다수가 절대빈곤층. 따라서 열악한 환경조건은 아이들을 돌볼수 있는 유치원이 아직도 상당수가 필요한 낙후지역이었다.
미토 교구장이 땅을 마련해주고 한마음한몸 기금과 독일등지에서 지원, 현재 짓고있는 새 건물이 완공되면 6백명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유치원 교육을 실시할수 있다고 전하는 수녀들은 『그러나 미토지역의 버려진 어린이들을 돌보기 위해선 30개 정도의 유치원이 더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방전 수녀회가 운영하던 유치원은 정부가 접수를 한 상태이며 그동안 수녀회는 수녀원 건물 일부를 기조, 유치원으로 사용해왔다.
미토에서 메콩강을 건너 방문한 동탑여성직업훈련원은 한마음한몸본부가 지원하는 유일한 여성복지 프로그램으로 현재 착한목자수녀회가 운영을 맡고 있었다.
3명의 수녀와 15명의 선생이 여성들의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동탑훈련원의 당면문제는 학생들을 졸업시켜도 일할 공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1회와 2회모두 68명씩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취업된 사람은 35명으로 이들도 하루 꼬박일하고 1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이 고작이라고 했다.
메콩강변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있는 이 지역의 주민생활은 베트남의 여타 변두리 지역과 똑같이 열악, 젊은 여성들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수녀들은 걱정했다.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나가도록 생화교육과 직업교육을 병행, 실시하고 있는 착한 목자수녀회는 한국의 중소기업들로부터 직접 하청을 받을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몬타나족 어린이들을 위한 송베유치원이나 미토 유치원 그리고 동탑여성직업훈련원모두 베트남교회가 운영하는 사회시설로 이 사업들은 베트남교회가 숨통을 트는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는듯 했다. 그것은 공산화 이후 제대로 숨쉬기도 어려웠던 베트남교회가 과거 교회가 사회와 더불어 해온 공익사업을 회생시키면서 교회의 고유 역할을 조금씩 되찾는 노력의 일부이기도 했다.
방문팀은 한마음한몸 기금이 베트남 교회의 그 역할찾기에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아직 모든것이 부족하고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한국교회의 사랑나눔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지를 지켜보았다. 한마음한몸 기금은 분명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고있는 베트남에 작은 불씨가 되고 있었다. 그것은 베트남 교회가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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