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한국 교육계에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개혁안을 놓고 온통 나라가 떠들석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육계 역시 이번 교육개혁 발표안을 놓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특히 이번 교육개혁안에 포함되어 있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지원 계획을 놓고 전체가 사립학원인 가톨릭계 교육 관계자들은 이에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톨릭 교육계는 그동안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중등학교, 특히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의 존폐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평준화 해체에 대한 가톨릭계 고등학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 부분과 관련한 개혁 방안의 주요 골자를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개혁안은 우선 국민학생에게 중학교 선택권을 부여하고 중학생에게는 고등학교 선택권을 주며 예ㆍ체능 학교 등 특수 목적 학교의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필기 시험을 없애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교개위 개혁 의도는 이른바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라는 용어에 함축되어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재난 전입금과 학생 납입금만으로 운영, 유지될 수 있는 학교를 자립형 학교로 지정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재량껏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은 극히 제한되어 왔다. 각급 학교 진학생은 「근거리 배정 방침」에 따라 거주지 인근 학교에 강제 배정됐다.
이것은 「선 복수지원, 후 추첨」방식으로 무너뜨리고, 충분히 목적에 맞게 교육할 수 있는 학교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학교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서울 명동 계성여고 신은식(요한) 교감은 『교육개혁안에서 밝히는 「선 복수지원, 후 추첨」방식이 앞으로 지역간의 벽을 허물경우 가톨릭계 학교들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런 의미에서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은 가톨릭계 학교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톨릭 교육계는 타 사립학교보다 재정적으로 더욱 열악한 처지다. 특별한 수익사업이 없는 가톨릭 교회가 종교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하나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재정적 자립은 현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가톨릭계 학교 관계자들은 『현재의 교육풍토상 학부형들과 학생들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선호할 것이 불을 보듯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속해있는 교구에서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교회 책임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재정확보와 더불어 이들은 교구내 각 본당에서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대한 홍보를 통해 시자 가정의 자녀들을 가톨릭계 학교로 진학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대책방안을 내놓고 있다.
가톨릭계 학교 당국자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이번 개혁안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이미 노출되고 있지만 당장 학군이 없어지고 복수지원이 가능해지면 가톨릭계 학교는 2류, 3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된다고 강도하면서 『가톨릭계 학교 스스로가 진정한 의미에서 명문이 되기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전교회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깊은 논의와 지원이 필요할때』라고 촉구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가 이런 교육 변혁을 대비해 학교운영기금을 마련, 상당한 액수가 모금되어 있다는 것은 모든 가톨릭계 고등학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학교운영기금은 지역내 우수한 학생들에게 전학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들을 가르칠 우수교사 양성을 위해 쓰여지게 된다.
종교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타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톨릭계 학교들은 우수 학생과 교사 확보를 어떻게 할 것 인가가 과제로 주어지게 됐다.
학교의 재량권을 폭넓게 부여한 이번 교육개혁안이 가톨릭 정신의 교육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가톨릭 교육계 관계자들 뿐 아니라 교회 책임자를 비롯, 일선의 관심이 요청된다. 누구보다도 인성교육을 책임져야할 가톨릭 학교를 살리기위해 그리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한 가장 올바른 방법인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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