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서른살은 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다순한 번역이 아니고 우리와 다른 문화속에서 탄생된 영상매체를 우리의 정서에 알맞게 재창작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의 풍부한 경험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MBC와 SBS 외화번역가로 15년동안 활동하고 있는 박정원(마리아ㆍ49ㆍ서울대교구 일산 주엽동본당)씨는 맹렬여성이기보다는 평범한 주부에 더 가깝다. 현재 SBS 수요외화 「시카고 메디컬」의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MBC 주말의 명화, SBS의 영화특급, 일요명화 등을 번역하고 있다.
「아빠는 멋쟁이」「외계인 알프」「토토의 천국」「스텐 바이 미」등 수많은 외화를 번역했던 박정원씨는 최근에 하고 있는 「시카고 메디컬」의 번역작업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66학번)를 졸업한 뒤 하와이와 미국본토에서 평화봉사단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던 그녀가 외화번역가가 된 것은 72년도 KBS 영어아나운서로 입사하면서부터다. 75년 결혼, 5년동안 방송일을 쉬면서 세 자녀를 키우는데 진력했던 박정원씨는 쉬는 동안에도 「역사와 민중」이란 책을 번역하는 등 자기개발을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80년 MBC에서 외화번역을 처음시작, 수많은 명작들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박씨는 특히 의사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외화 드라마 「시카고 메디컬」을 통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외화 번역에서 코미디물이 제일 어렵다. 외국에서 쓰이는 속어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아 30%정도는 각색하는게 일반적인 예라고 한다. 그러나 외화번역의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자의 피나는 노력이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용어선택에서부터 극의 주인공의 성격파악, 극의 상황속에서의 감정전달 등 번역자는 단순히 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열성이 있어야 된다는게 박정원씨의 말이다.
박정원씨는 『쏟아져 나오는 비디오물 중 엉터리 번역이 많아 아쉽다』고 토로한 후 『이렇게 엉터리로 번역돼 출시되는 비디오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두렵다』며 번역가들의 책임있는 번역과 함께 제작사들의 성의있는 외화제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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