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오래도록 읽는다. 광고로 만들어내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독서후의 깊은 감명이 독자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좋은 책은 두고두고 읽히게 마련이다. 최소한 5년 이상 꾸준하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들 중에서 새롭게 읽어보아야 할 책들을 선별해서 소개한다.
원작은 1948년 출간돼 47년이 됐고 한국어 번역본은 76년에 나와 19년이 지난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의「칠층산」(정진석 옮김/성바오로)은 대중적 인기를 갖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하지만 성아우구스띠누스의「참회록」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영적체험의 기록으로 지성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76년 초판 출간후 지금까지 5만권 정도가 판매됐는데 중간에 절판된 기간을 제외하고 최근 판매되고 있는 부수를 참고한다면 매월 3백부 정도가 큰 변화없이 나가는 것으로 출판사측은 집계하고 있다.
23세에 가톨릭에 입교하고 그로부터 3년뒤인 26세때 혹도할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가진 트라피스트 수도회에 입회하기까지 한 젊은 지성인의 정신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보편성을 갖는다.
「회심」은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중심 주제를 이루지만 머튼의 경우 세속적 가치가 팽배한 20세기 문명속에서 수없는 갈등과 긴장을 겪은후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욱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칠층산」은 단테의 신곡「연옥편」에서 따온 것으로 연옥의「칠층정좌산(淨罪山)」을 뜻한다. 일곱가지의 죄는 교만, 인색, 음욕, 분노, 탐욕, 질투, 게으름으로 머튼의 회심이 20세기 문명을 가득 채운 세속적 병폐와 개인적 삶의 체험에 근거한 윤리적 결단임을 말해준다.
1915년 프랑스 남쪽 프라데지방에서 태어나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지낸 그는 2차대전의 불씨를 안고 있는 불안한 시대상황의 회의와 좌절을 겪으며 무신론자로, 한때는 공산주의자로 살았다.
회심전까지 세속적 가치는 그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였다. 『나의 보화는 모두 지상에 있었다. 나는 작가, 시인, 평론가 교수가 되고 싶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지성의 쾌락, 감관의 쾌락을 즐기기를 원했고 이러한 쾌락을 누리기 위해서는 영적파멸로 끝날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 처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속적 삶의 견인력이 강했던 만큼 회심과 함께 일어난 수덕생활에의 열망은 더욱 깊은 것이었다.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은 식물이 햇볕속에 잎사귀를 펴듯, 넓고 깊은 고독속에 잠겨 하느님의 응시속에 파묻히는 삶이었다. 즉 나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고 하느님과의 일치에만 거의 전적으로 지향하는 규칙이 필요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한 단계에서 지성과 감성에 근거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칠층산」은 회심을 겪은 이들에게는 친밀한 공감을 선사하고, 영적 확신을 찾아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머튼이 앞서갔던 영혼의 행로를 통해 그 확신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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