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과 함께 농구를 하고 나면 한주간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죠』. 『우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성당에서 마음껏 부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토요일인 지난 8일 오후 5시 30분. 신제주본당 마당에는 어느새 농구장이 차려지고 학생들의 뜀박질로 성당안은 시끌벅적하다. 같은 시간, 교육관 지하에선 대형 멀티비젼을 앞에 두고 수십명의 학생들이 자기가 신청한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룰라의 노래가 나오자 금새 합창으로 이어지며 교실은 노래방으로 변한다.
올 3월부터 기존의 주일학교 운영을 과감히 혁시, 동아리(서클)활동을 도입한 신제주본당(주임=이대원 신부)주일학교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60여명이던 주일학교 참석자도 매주 1백20-30여명으로 두배나 늘었다.
격주간 별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신제주본당 주일학교는 한주는 오후 5시 30분부터 농구 탁구 노래방 음악 영어 성서반 등 5개 동아리중 원하는 곳에 들어가 한시간동안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기타도 치곤한다. 이후 40분 동안은 성화감상 및 포럼을 갖고 7시 30분부터 미사. 다음 주간은 미사전까지 90분을 VTR시청에 할애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물에서 액션물 만화영화까지 쟝르의 영화가 총동원된다. 물론 그 주간의 프로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최대한 수렴해 결정된다.
『주일학교 운영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일단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당연히 주일학교에 흥미를 느껴야겠지요』. 이대원 주임신부의 말처럼 신제주본당의 이같은 변화는 미사에만 겨우 참석하고는 썰물처럼 성당을 빠져나가 버리는 아이들의 발길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당측은 살레시오수도회 등 곳곳이 자문을 구하고 학생들과 부모 대상 설문조사 등 준비를 거쳐 올해 들면서 시행에 들어갔다. 농구장을 만들어 동아리활동 시간에는 성당내 주차를 금지시키고, 액정비젼(2백만원)을 구입하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교사들의 노력도 남다르다. 전체 15명 교사가운데 10명이 현직 교사인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은 2주전부터 상영할 영화를 선정-관람-토의-확정하며,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반면 교리시간이 전혀 없다는 점과 미사후 귀가시간이 너무 늦다는 것이 개선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본당측은 이러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시대가 변하고 아이들의 취향도 바뀐다면 당연히 교리교육도 이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행하면서 어려움이나 문제점이야 있겠지만 일단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그래서 성당에 나오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주임 이대원 신부는 아울러『교회가 학생들에게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신제주본당 주일학교의 성공사례는 결국 사목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재정적인 뒷받침, 그리고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등 3박자가 맞떨어짐으로써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것이 본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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