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같은 최고 교도권의 생명윤리 관련 가르침들을 보면 그 내용에 있어서 생명윤리 전분야에 걸쳐 실로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다. 미국 가톨릭보건 협회(Catholic Health Association)가 펴낸 「가톨릭의학윤리의 원천」(Medical Ethics, Sources of Catholic Teaching)은 교도권이 다룬 생명윤리 관계 주제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문제들: 낙태, 인공수정, 산아조절, 배아연구, 가족계획, 체외수정, 대리모, 불임수술.
생명의 보존과 관련된 문제들: 에이즈, 의사-환자의 신뢰문제, 보건행정, 의료직의 사명, 의료보험, 간호, 장기 기증과 이식, 진통, 의약문제, 의료대책, 보건권, 장애아, 보건행정.
생명의 종말에 관련된 문제들: 노인문제, 시신해부, 죄사, 안락사, 연명의료문제, 생명유지기기의 철거문제.
각종 윤리원칙에 관련된 문제들: 이중효과의 원칙, 고지후 승낙의 원칙, 환자의 진의표명문제, 통상수단과 특수수단, 전체성의 원칙, 진실 밝히기.
(* 윤리원칙에 관해서는 후에 따로 설명될 것이다)
5) 성, 결혼, 가정의 문제.
이를 볼때 교도권의 관심은 생명 및 의료윤리의 전분야에 걸쳐 망라되어 있다. 오늘날 교회가 주고 있는 이러한 가르침들은 실상 초세기부터 시작된 교회 전 역사의 일관된 관심이었다. 인간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그 인간관과 더불어 전 세기에 걸쳐 여러가지 모습으로 끊임없이 주어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왜 거의 독보적으로 생명 및 의학윤리에 관심을 가져왔는가?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옹오해온 교회의 가르침이 그 기본근거가 아닐 수 없다. 과학은 교회의 그늘아래 지속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중세기의 대학들은 교회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고, 신학자들은 곧 과학자들이었다. 이러한 맥락안에서 가톨릭 신학은 생명과학, 의학에 관심을 가졌으며 인간생명에 대한 이성적이고도 철학적인 반성의 합법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그 연구결과를 신학과 윤리에 연계시킬 줄 알았다. 인간 생명은 무엇보다 먼저 이성을 사용하는 만인들이 이성적으로 인식하는 자연적 가치이다. 거기에다 은총은 인간존재를 더욱 가치롭게 만든다. 이성의 가치, 이성적 윤리, 자연법 윤리의 정당성을 교회 전통은 항상 높이 평가해 왔다. 예를 들어 낙태의 부당성을 비그리스도인도 깊이 수긍할 수 있는 이성적, 자연과학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자연과 초자연, 이성과 계시, 신학과 철학의 공통적 기원은 하느님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교회는 그 교도권과 의학윤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생명윤리를 가르쳐 왔다. 그리스도교는 그 시초부터 순수초월주의(soprannaturalismo)와 이적주의(miracolismo)를 스스로 멀리하면서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고무하고 신앙과 과학의 일치를 도모해 왔다. 교회는 언제나 치유에 있어 제2의 원인(原因, cause secunde)을 인정하여 왔다. 이간이 하는 치료행위는 하느님이 하시는 치유(치유의 1차적 원인)의 제2의 원인이다.
하느님의 직접적 행위인 기적(하느님의 치유)은 가능한일 일 뿐 아니라 실재적(real)인 것으로 교회는 항상 인정해 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의 치료행위를 결코 과소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제2의 원인으로 고무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생명윤리는 그 테마의 본성상신학적 지평 뿐 아니라 과학적-철학적 이성적 지평에서의 서술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교회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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