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교회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후 커다란 변혁을 몸으로 겪어왔다. 특히 한국 가톨릭 교회는 해방후 급증하는 교세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수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해방 50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2천년대 민족 복음화를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제한적이나마 해방이후 현재까지 가톨릭 교회의 문화계를 점검해봄으로써 앞으로 한국교회의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교세확장을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지난50년을 반성하고 앞으로 진정한 교회의 모습으로 거듭태어나기위해….
한국 가톨릭 미술의 전래는 1910년 이전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모진 고난과 박해 속에 가톨릭 교회가 한국에 정착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의 가톨릭 미술은 가톨릭 그 자체가 서양에서 전래된 외래종교이기 때문에 가톨릭 미술 자체도 한국의 전통적인 미술과는 전연 관계가 없는 이질적인 미술이었다.
한국미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고, 거의 전부가 외국선교사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 졌거나 그들의 본국에서 직수입했던 미술품들을 사용했다.
또 근대(1910~1945) 가톨릭 미술은 한국교회의 토착화 되어감에 따라서 약간의 한국미술가들의 참여가 이루어졌으나 장발 등 개인적 신심이 깊은 화가들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했을 뿐 침체기를 겪게 된다.
한편 1945년 해방이후의 한국 가톨릭 미술계는 한 사람의 거장으로부터 출발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우석 장발 선생이 해방 직후 서울대 미술대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서울대교수진은 물론 한국화단의 거장들이 가톨릭 신자가 되거나 가톨릭 성미술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게 된다.
국립 서울대 미술대학이 바로 가톨릭 미술의 본거지가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이들은 직접적으로는 성미술전 또는 가톨릭미술전 등 전람회를 통해 가톨릭 미술을 선양하고, 성당건립에 구체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또 해방 직후의 두드러진 사실은 아때까지 가장 보수적인 성향에 얽매여 있는 가톨릭 성직자들이 성당건축에 있어서는 대담한 디자인을 받아 들여 성당을 가장 현대적으로 디자인하는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한국 가톨릭 미술에 있어서 해방 후 하나의 출발점은 1954년 10월 5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미도파백화점에서 개최된 성미술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전시회는 앞서 밝힌 서울 미대계열의 화가, 조형가, 건축가, 공예가 그리고 서예가까지 동반한 종합적인 가톨릭 미술의 결성이었다는 점에서 한국가톨릭 미술사에 중요한 한획을 긋고 있다.
이 한국교회 최초의 미술전에는 장발을 비롯 김세중, 이순석, 김종영 등 한국화단의 쟁쟁한 별들이 대거 참가, 이 시기 가톨릭 미술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또 이 미술전의 출품작가들의 대부분은 장발이 이끄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교수이거나 졸업생들로 그만큼 한국가톨릭 미술은 장발이라는 정점을 중심삼아서 존재되고 전개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성미술전은 성모성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가톨릭 미술가들을 하나로 묶고 이른바 액션의 하나로서 가톨릭 미술을 집약한 데 그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회장인 최종태(요셉) 교수는『해방 이후 한국가톨릭 미술인들이 최초로 함께 작업한 것은 장발선생이 주도가된 혜화동 본당 신축이었다』고 밝히면서『장발 선생의 영향으로 서울대를 비롯 한국화단에 가톨릭 신자 미술인들의 눈부신 활동이 전개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가톨릭 미술계의 중심이자 한국화단의 거장 장발이 5.16군사 쿠데타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고 도미, 가톨릭 미술계는 침체기를 겪게 된다.
그 이후 조각가 이순석에 의해 1970년 3월 가톨릭미술가회의 전신이 되는「가톨릭 미술전」이 재개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여명의 신자 미술인들이 모여 시작된 미술가회는 현재 1백50명(서울)의 회원을 자랑하는 당당한 조직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최종태 교수는『전국조직과 가톨릭 미술인상이 제정된 올해가 가톨릭미술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방이후 급격한 성장을 보인 교세에도 불구, 미진하게 발전해온 가톨릭 미술계가 이제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가톨릭 교회는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성당을 건축했으나 이에대한 반성을 해야한다는 여론도 높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톨릭 미술인들이 얼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세계에서 유래없이 지워진 수많은 성당건물과 성미술들이 과연 예술적으로 가치있는가에 대한 평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서울 가톨릭 미술가회가 지난해와 올해 성미술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겸한 세미나를 개최, 현대 한국가톨릭미술계의 수준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전국조직이 출범하는 등 바야흐로 한국가톨릭 미술계는 중흥기를 맞고 있다.
가톨릭 미술이 발전하기 위해 미술인들은 가톨릭계 대학에 성미술과를 두어 자체적으로 미술인들을 양성해야 되고 가톨릭 언론을 통해 이것이 평가되고 비판돼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가톨릭 미술계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수많은 가톨릭 미술인들 역시 이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주교회의 문화위원장 장익 주교의 이에 대한 관심과 평신도 미술인들의 결속으로 이어지는 최근의 가톨릭 미술계 분위기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앞으로 한국 가톨릭의 성미술분야에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한국가톨릭 미술계는 미래를 향해 내달릴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현재 그 출발선상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지난 6월 14일 전국의 가톨릭 미술가 대표들이 주교회의 문화위원장 장익 주교와 함께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한「전국가톨릭미술가협회」가 조직됨으로써 가톨릭 미술계는 제대로 꼴을 갖추고 한국교회의 성미술 발전을 위해 매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교회 안 팎으로부터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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