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최후의 만찬으로 장식하는 과월절 식사는 감사의 기도로 끝나는데 그 기도에 할렐 시편(114장~118장)을 읊는다. 11제자와 함께 감사의 노래를 부르시고 예수께서는 만찬식장을 나와 올리브산으로 향하셨다.
올리브산은 예수께서 마지막 일주간 낮에 성전에서 지내시고 밤을 지내러 늘 가시던 마지막 정처였다(루가 22, 39). 예수의 일행은 만찬식장에서 동쪽으로 실로암 연못을 지나「검은 계곡」이란 뜻의 키드론 계곡을 건너 겟세마니라는 곳에 이르렀다. 「올리브 기름 짜는 틀」이라는 뜻의 겟세마니는 올리브산 중턱에 있으며 그 곳에는 평평한 정원이 있어 이곳을 겟세마니 동산이라고 부른다.
예수께서 일주일 동안 밤이면 제자들과 함께 들르신 곳이 여기이다. 그 옛날 다웟 왕이 아들 압살론의 반란을 피하여 키드론 계곡을 건넜고 그대 같이 건너던 백성들의 통곡하는 소리에 산천도 따라 울었다고 한다(사무하 15, 23).
예수께서 이 계곡을 건너 이르런 겟세마니 동산은 예수의 참극이 시작하는 곳이며 마지막 단말마의 고통의 산이기도 하다. 지금은 4월초 지중해의 동남풍이 불어 오면 밤이라도 야외에서 견딜만 하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내가 기도하는 동안 여기 앉아 기다려라』라고 말씀하시고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가셨다. 돌팔매가 떨어질 거리였다. 이때부터 예수의 마음은 인간적으로 산란해지기 시작하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심적 고통이 극에 달하였다 지금까지 아직 때가 아직 오지 않아서 죽음을 피하여 도망치기 세번(마태 2, 14: 루가 4, 30: 요한 8, 59), 이제 배반자 유다스가 경비병들을 몰고 당신을 잡으로 올터인데, 이번에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혹이다. 이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때가 다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심한 번민에 싸여 예수께서는 피땀을 흘리셨다고 루가는 전하고 있다. 기도하러 가시면서 데리고 가던 세 제자들의 위안이라도 받고 싶으신듯 그들에게『지금 내마음은 죽을 지경으로 괴롭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 기도하여라 그리고 유혹에 빠지지 말도록 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아빠, 아버지, 당신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멀리 하소서(시편31, 9~10참조)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6, 10: 시편 40, 9)』하고 말씀드렸다. 다가오는 이 시간을 겪지 않을 수 없게 할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 고난은 예수께서 이미 기다리고 있던 잔이며 받을 각오를 했던 고난의 세례였다(마르 10, 38).
몸과 마음속이 함께 저며드는 이 고통, 피땀 방울 뚝뚝 떨어지는 이 고통을 루가는「아고니아」 즉, 단말마의 고통이라 했는데, 이것을 피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인간의 만용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하느님의 힘을 입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와 꼭같은 인성(人性)을 가지고 계신 예수를 보며 그 혹독한 고통을 하느님의 힘으로 이겨내는 순종을 배우게 된다.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위로부터의 도움을 뜻하면서 루가는 이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예수를 붙들었다고 하였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베드로도 마찬가지였다. 예수께서는『시몬, 자고 있느냐 한시도 깨어 있을 수가 없느냐 깨어 기도하라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여라 마음은 빠르지만 육신이 약하구나』라고 경고하셨다. 몸이 마음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것을 베드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평정을 못 찾으셨는지 예수께서는 또다시 기도하는 곳으로 가서『나의 아버지, 이 잔을 제가 마실수 밖에 없다면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드렸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와보니 그들은 또 잠들어 있었다. 잠귀신에 잡혀 간듯 그들의 눈은 게슴치레 하여 눈을 바로 뜨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그대로 두고 또다시 가서 세번째 기도를 올렸다. 같은 내용의 기도였다.
다시 제자들에게로 돌아와 이번에는『이제는 잘자고 푹 쉬어라 사람의 아들이 죄인들의 손에 넘어갈 때가 다 되었다 자, 일어나 가자. 나를 잡아 넘길자가 가까이 왔다』라고 말씀하셨다. (대목 28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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