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됐던 엔도 슈사쿠(72세)가 일본에서 60년대 중반에 펴낸 작품으로 73년 7월 성바오로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저명한 가톨릭 작가로서 치열한 구도적 작품 세계를 보여온 엔도는 이 작품으로 박해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순교와 배교의 명암을 대비시키면서 그리스도는 배교를 할 수 밖에 없는 약자의 곁에도 함께 한다는 신념을 보여줌으로써 국내에서도 발간되자마자 문제작으로 거론됐다. 초판 발행이후 2판 4쇄에 걸쳐 5만여권이 읽힌「침묵」은 신앙과 구원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투철한 구도 정신으로 지금도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편교회는 물론 103위 순교성인을 배출한 한국교회안에서도 순교는 신앙의 절정이고 배교는 그리스도에 대한 배신의 행위이다. 그러나 엔도에게 있어 그리스도는 약자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신이다.
약자를 책하고 벌하는 엄한 신이 아니라 상처입은 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배반자를 용서하는 자비로운 어머니 같은 신이다. 혹독한 고문과 배교의 위협속에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침묵」을 원망하고 그로 인해 흔들리는 신앙은 약자인 인간 존재의 어쩔수 없는 속성임을 엔도는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편 동양적인 정신 세계, 즉 범신론적인 일본의 정신세계와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사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주제에 치열하게 매달려온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엔도 슈사쿠에게 있어「서양종교」인 그리스도교는 흔히 일본인에게「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거북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55년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인「백색인」, 80년「사무라이」등 자신의 다른 작품들안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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