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말씀을 채 마치기도 전에 12제자중 하나인 유다스가 나타났다. 유다스를 언급할때마다 12제자중 하나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은 제자들이 주님을 팔아 넘긴 사람이 자기네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유다스는 제자들 사이에 끼어 요며칠동안 겟세마니에서 함께 밤을 지냈기 때문에 그곳 지형과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과월절을 지내기까지는 예루살렘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규율때문에 예수의 일행이 만찬후 베타니아에는 갈 수 없었고 또다시 이곳 겟세마니동산에 와 있을 것을 유다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뒤에는 칼과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대제관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를 체포하려고 미리부터 준비해서 딸려 보낸 사람들이었다. 대제관들과 원로들은 그것도 부족해서 성전경비를 맡고 있던 로마군의 호민관에게 요청하여 그 경비대중 1개분대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호민관도 부하를 데리고 이자리에 와있었다. 이 병사들은 그들의 무기와 횃불을 들고 있었다.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은 예수 한사람외에는 그 추종자들을 체포할 생각은 없었다. 누구를 찾고 있느냐라고 예수께서 물으실 때에 그들은 나사렛의 예수라고 대답한데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양처럼 양순한 예수 한사람을 잡기 위하여 야밤중에 이렇게 많은 무리가 몰려 올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민중봉기를 대비한 조치였을까 아니면 전에 여러번 예수를 잡으려던 그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틀림없이 일을 끝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었을까. 하여튼 모양새는 비겁한 조치였다. 제관들과 성전의 지도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다소는 이들에게 체포의 신호를 미리 싸주었다. 「내가 그에게 입마춤할 터이니 그 사람을 실수없이 붙잡으시오」라고 약속해 주었다. 이윽고 유다스는 예수께 가까이 가 「랍비」라는 존칭을 써가며 입맞춤하였다. 죽음의 키스였다. 로마의 대장군 씨저는 반대파의 음모에 걸려 신임하던 부하 부루투스의 칼에 맞아 죽으며 「부루투스 너마저도…」라고 외쳤다고 한다.
예수께서는 배반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 할 일을 하러 왔구먼」이라고 태연히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무리들 앞에 나서서 「누구를 찾고 있소」라고 물어 보았다. 그들은 「나자렛의 예수를 찾고 있소」라고 대답하였다. 이로써 미루어 볼때 예수를 잡으러 온 사람들은 예수를 본적이 없는 듯 싶다. 예수께서는「나요」라고 대답하였다. 앞잡이 유다스의 신호가 있었고 예수 자신이 그 사람이라고 자백했으니 그들은 그저 예수를 체포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다」라는 말을 듣고 놀란듯 뒷걸음질쳤고 땅에 넘어졌다. 이 대화는 요한복음서가 전하는 것인데 요한신학에서는 「나다」라는 말로 하느님의 이름임을 잘 알고 있던 유대아인들은이 말에 놀랐고 일시적이나마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또다시 누구를 찾고 있느냐고 물어보았고 그들은 대답을 하였다. 예수께서는 「내가 그사람이니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시오」라고 말씀하셨다. 조금전에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면서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켰습니다」라는 말씀을 이루신 것이다. 포졸들은 이내 예수께 손을 댔는데 로마 병사들이 아니고 성전을 지키는 유대아 경찰들이었다. 맨 앞에 나선 사람은 대제관의 졸개 말코스라는 자였다. 이 기회에 큰 공로를 세울 심산이었다.
이때 옆에 있던 베드로가 칼을 빼서 이자의 귀를 내려쳤다. 주님을 따라 죽겠다고 장담했던 수제자였다. 예수께서 이것을 보시고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주신 이잔을 내가 마셔야 되지 않겠느냐?」「칼을 쓰는자는 칼로 망하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귀잘린 사람의 귀를 도로 붙여주시면서 말씀하셨다.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기만 하면 하늘의 천상군대 12개 사단이라도 보내 주실 것을 너는 모르느냐」 그러나 예수께서는 성서에 쓰여져 있는대로 고통받는 주님의 종으로(이사53장) 지금 수난을 겪음으로써 모든 사람의 죄값을 짊어 지시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를 잡으러 온 대제관들과 성전 경비대장들과 원로들에게 「내가 매일 성전에 앉아 가르치고 있을때에는 안잡더니 지금 강도잡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과 왔소. 하기야 지금은 암흑의 세력이 판치는 당신들의 때이니…」라고 말씀하셨다.
목자를 치는 양들은 흩어져 버렸다(마태26,31: 즈가13,7). 제자들은 예수께서 체포되는 것을 보고 모두 도망쳐 버렸다. 한 젊은이는 몸에 아마포를 두르고 예수를 끝까지 따라 가다가 붙잡히게 되자 아마포를 벗어버리고 도망쳐 버렸다. 알몸으로 도망치는 제자의 일화로써 예수체포의 장면이 마무리 되는데 이 청년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후대에 이 글을 쓴 마르꼬라고 주장한다. 이제부터 예수는 제자들 없이 홀로 수난의 길을 가야 한다. 암흑의 세력이 이기는듯 하였고 이에 동승한 유다스는 성공한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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