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체 활동 발전화 변화
환경 생명문제 연구ㆍ실천 활발
90년대 들어 사회관련단체「운동」탈피
한국 현실ㆍ심성맞는 단체 절실
일제 통치하로부터의 자유를 가져다준 8ㆍ15 광복은 교회적으로 볼때 신앙의 자유와 자치교구로서의 기틀을 잡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을 뿐 아니라 평신도 액션단체의 싹이 움틀 수 있는 기반조성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교회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광주, 대구 두 교구의 일본인 교구장 취임, 외국인 성직자들의 감금, 신학생 신자들의 징집, 징용, 신사참배 강요, 한국어 사용금지 등 식민지 시대동안 많은 억압을 받았던 한국교회는 광복과 더불어 종교의 자유를 구가하면서 가톨릭운동에 관한 공문(48년 서울교구장 노기남 대주교)을 발표하는 등 단체 활동의 이념을 제시하고 조직정비를 시작한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제단체들의 생성 발전은 광복과 6ㆍ25 휴전 등 역사의 굴곡과 맥을 같이 하면서 뚜렷한 시기적 특징을 보여준다.
해방과 함께 발아기를 맞았던 평신도 단체들은 6ㆍ25후 휴전을 맞으면서 태동을 하게 되며 60~70년대에 들어서는 쇄신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의식화시키는 운동들이 대거 도입, 전성기를 드러낸다. 명실공히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는 보다 성숙한 교회안의 일꾼으로서 2천년대 복음화를 주도할 선봉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6ㆍ25~휴전후 50년대
이 시기 평신도 단체운동의 주요 특징은 민족상잔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성직자 피살 납치 등 교회에 커다란 피해를 입혔던 6ㆍ25의 상처를 딛고 재건 작업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전쟁의 충격으로 인해 인생의 근본문제를 깊이 보고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교회로 몰려들면서 교회내 신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단체들의 조직도 정비됐다. 특히 이시기에 도입된 레지오마리애와 가톨릭 노동청년회(JOC)는 한국천주교회 단체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1953년 5월 진출한 레지오마리애운동은 한국 평신도 신심운동의 새로운 방향 전개를 예고하면서 가톨릭단체 활동의 의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1958년 설립된 가톨릭노동청년회는 가톨릭 신양에 입각,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와 의식발전 및 자발적인 봉사활동 펴기에 주력한다. 이것은 전후 실업ㆍ저임금ㆍ높은 인플레속에 기아적 노동조건하에 있던 노동자들의 상황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60년대
세상과 함께하는 교회로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국교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내적으로도 정식 교계제도 설정 등 교회사에 일대 전환점이 된 이 시기는 평신도단체들의 활동과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개인구원적 신심운동, 산발적인 봉사ㆍ협조활동의 틀을 벗어나 사회구원이란 대명제를 인식, 민족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앙생활의 쇄신분위기에 맞춰 67년 꾸르실료운동이 소개됐고 이에 앞서 66년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공동체 묵상회(MBW)가 도입됐다. 또한 68년 한국평신도 사도직협의회 결성을 필두로 한국 가톨릭언론인협의회(68) 한국가톨릭중등학교장회(68) 한국가톨릭의사협회(69)가 계속 발족되는 등 사도직 활동의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국제마리아의 사업회(훠꼴라레)운동도 같은 시기인 69년 한국에 진출한다.
또한 소외계층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식이 고양되면서 한국 성빈첸시오 아 바오로회(61) 한국 가톨릭 농민회(66) 한국 가톨릭병원협회(67) 등이 차례로 만들어졌다.
60년대말에는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파생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면서 JOC 등 사회관련 단체의 활동이 정점을 이루었다.
■70~80년대
이 시기는 전문성을 갖춘 후원회 침목회 등 새로운 면모의 평신도단체들이 구성된 시기이다. 또한 직능별 전문성을 갖춘 단체들이 확산되기 시작하는 등 2백주년 행사ㆍ세계성체대회 등 교회의 외적인 위상정립과 함께 단체들의 활동도 다양화 전문화 추세를 보인다.
경제개발 계획에 따른 가족계획 합법화 등 사회풍조에 따른 필요성으로 행복한 가정운동(75년)이 등장하기도 한다.
공화당 정권하의 장기집권과 독재체제강화를 위한 정보정치 인권 유린사태, 특히 지학순 주교 구속사건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재야 단체들의 출범을 촉발시켰다.
성령의 은사체험과 자기변화 안에서 일어나는 실체험을 통한 성령쇄신 운동이 73년 정식으로 출범, 한국교회에 성령의 바람을 일으켰고 부부사랑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메리지엔카운터(ME)운동이 76년 첫모임을 가졌다. 또한 72년 첫 출발한 가톨릭성서모임에서 성서공부의 열기가 확산됐다.
실업인회, 아동복지협의회와 함께 인성회ㆍ정의평화위원회 등이 속속 생겨났고 사진가협회ㆍ운전기사사도회ㆍ세무사회ㆍ간소사회ㆍ의류협회 등 직능별 사도직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각 교구 여성단체협의회인 여성연합회(75)도 설립, 교회내 여성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또한 나누는 교회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맹인선교회ㆍ농아선교회ㆍ한국가톨릭결핵사업연합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90년대
90년대는 80년대 들어서부터 심각하게 제기돼 온 환경문제 생명문제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시기로서 생명문화연구소 한마음한몸운동 환경보전부 등 환경과 생명 등에 관한 연구와 실천활동이 활발해졌다. 또한 직장인중심의 동우회나 직장 신우회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됐다. 서울대교구는 93년 직장사목 전담사제를 임명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가톨릭노동청년회 등 사회관련단체들이 운동중심에서 탈피, 대중화를 선언하는 등 방향전환을 시도했다.
복음화 3세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25개의 주교회의 인가단체를 포함, 1백여개의 가톨릭 평신도운동단체들이 안고 있는 과제는 무엇보다 한국적 심성에 맞는 단체를 만들어 가는 것.
평신도활동의 활성화는 바로 교회의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제단체 활동의 개혁과 쇄신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자랑할 수 있는 평신도 순교 선열들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고 한국현실에 적합한 운동단체나 신심액션단체의 자생도 필연적이라고 하겠다.
◆사목행정변화
5~10명씩 소공동체 확산 “특징”
전문영역에 평신도 대거 활용 바람직
빈민ㆍ농민 등 특수사목에 뒷받침 강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시작과 동시에 정식적으로 선정된 교계제도는 한국교회의 성장과 쇄신을 동시에 안겨준 가장 큰 변화로 기록된다.
교계제도 설정과 바티칸 공의회는 한국교회가 현대적인 사목행정의 꼴을 갖추고 쾌속성장을 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그야말로 교회로선 전환기를 맞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교황 요한 23세가 62년에 서울 대구 광주대목구를 대교구(관구)로 승격하고 각 소속교우를 분할과 동시에 완전한 자치교구로 인정함으로써 교회의 발전에 획을 긋는 변화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교회는 또한 이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교회 행정조직의 정비를 서둘러야 했고 그 첫 작업으로 66년 주교회의를 정식적으로 조직 국가와 시대상황에 가장 적합한 사도직 형태와 방법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교회는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신자관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천주교 중앙협의회를 발족하고 교구청 직제개편 본당사목조직의 재정비 전문사목영역 확대 등을 통해 교회성장에 걸맞는 변신을 거듭해 왔다.
■주교회의 및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태동
전국 각 주교들의 자발적인 협력기구로 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의 교회사업을 전국적으로 조직화하고 조정하여 통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교회의는 원래 교황 사절에 소속되기도 했으나 59년부터 주교들의 협의체로 재조직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주교들의 완전한 협의체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앙집권기구가 아니라 교구간의 교량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교회의는 그 산하에 성직교리 선교 및 사목, 사회주교위원회 등 4개의 주교위원회와 16개의 전국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 직속기구로 설치된 전국위원회는 그 시대적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돼 왔는데 과거 교리와 성서위원회 등의 중심에서 최근에는 북한선교와 문화,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가정사목위원회와 북한선교위원회, 문화위원회 등이 설치되는 추세로 변해왔다.
■교구청 직제개편
광복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변신을 거듭했던 것은 바로 교구청의 직제변화를 볼 수 있다.
60~70년대에는 사무처와 관리국을 중심으로 이뤄져 오던 교구행정이 최근 사무처를 중심으로 사목국 관리국 교육국 사회복지국 성소국 홍보국 등으로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교구가 지난 해 4월분 야별 주교대리제를 도입, 사무처와 사목부, 교육부, 사회 사목부, 축성생활 담당 등 5개 부서로 대대적인 사목행정 조직을 개편한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교구행정에 일대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도시교구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시작해 현재 전교구로 확대돼 있는 지구 조직은 본당 강의 사목교류 황성화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공동 사목을 펼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며 지난 6월에는 서울대교구가 3명의 주교가 각각 한지역씩을 맡아 담당하는 지역담당 주교제를 채택, 교구사목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또한 교구행정의 변화는 점증하는 특수사목의 수요를 감당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추세며 특히 빈민사목과 직장사목, 교도소, 농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교구차원의 행정적 뒷받침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중 농민들은 광복이후 진행돼 온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상대적인 소외감과 박탈감에 빠져 희망을 상실한채 살아온 사람들로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미 때 늦은 감이 있으니 다행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반면에 농촌신자들의 도시화 집중으로 공소가 없어지거나 기세가 약해짐으로써 교구내 공소관련 지원조직이 점차 미미해지고 있거나 사라지고 있는 상태여서 농촌신자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본당 사목조직
선교 3세기에 접어든 교회로서 신자사목에 가장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본당사목의 기조 또한 과거 사목협의회와 평신도 사도적협의회의 통합적 성격에서 점차 사목협의회와 평협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전개되고 단체중심에서 구역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본당신부의 사목방침을 바탕으로 신자들의 성화와 선교ㆍ사목ㆍ운영에 관한 사항을 연구 검토하는 자문기구로 사목협의회가 정착되는 반면 평협은 평신도 단체들의 조직적 유기적 결합을 통한 공동체의식 회복에 중점을 둔 본당 사목조직으로 개편되는 변화를 겪어왔다.
무엇보다 본당조직은 익명의 신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공동체의 활성화 방안으로 소공동체운동이 전개돼 5~10명 단위로 반조직이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 사목의 강화
광복후 50년간 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해 온 사목분야는 단연 전문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사목을 들수 있으며 가정과 생명ㆍ환경분야 전문사목이 크게 부각돼 왔다.
서울대교구와 대교구에서 시작한 가정 생명환경사제 전담제는 갈수록 요청되는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반 생명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교회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지난 해 이후 이러한 전담사제의 배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직장인과 농민ㆍ빈민ㆍ교도사목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있는 상태며 서울대교구의 경우 2000년대를 향한 장기 사목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특수사목 희망자를 파악하는 등 본당사목중심에서 오는 획일성을 탈피해 나가기로 한바 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최근들어 건강한 가정공동체의 육성을 위한 가정공동체의 쇄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을 파괴하는 요소인 모든 편의주의와 이기심, 물질주의를 극복하는 노력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교구행정의 변화는 시대를 앞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해 나갔다기보다는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필요에 따라 교구조직을 개편하고 행정조직을 정비하는 수순을 항상 밟아온 것으로 교회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 종사하는 평신도들을 대거 활용하거나 교구행정조직에 기획기능을 대폭 확대시켜 선교 3세기를 효율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