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출판계가 개신교나 불교 등 타종교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다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교회 출판계를 살펴보면 나름대로 발전양상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천주교 전래후 해방까지 교회내 출판물은 1백24종, 95년 중반에는 대략 4천여종으로 성장했다. 출판사 수 또한 해방 당시 가톨릭출판사의 전신인 성서활판소, 경향잡지사, 가톨릭청년 등 3군데에 불과했으나 현재 4대 출판사를 비롯해 성서잡지, 평신도 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들을 포함해 20여개 이상에 이른다.
1785년 교회 창설부터 1945년 8월 해방전까지는 주로 전례서와 교리서, 교회사료 등을 중심으로 1백24종이 발간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박해와 45년간의 식민통치, 낙후된 인쇄술 등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 출판계는 1866년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을 발행하면서 시작된 가톨릭출판사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 그후 경향신문, 경향잡지, 가톨릭청년이 창간돼 해방까지 교회 출판계는 주로 이들이 교회 서적을 펴냈다.
해방후 출판사 9개와 잡지사 2개로 증가한 교회 출판계는 이전에 비해 활발한 출판 사업을 벌여왔으나 6ㆍ25전쟁으로 다시 기반을 잃었다. 경제성장이 추진되고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60년대는 교회 역시 교세가 신장되면서 「문화」의 측면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교회출판계가 어느정도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60년대라고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바오로수도회와 분도회에서 출판사업을 시작한데 기인한다.
「문서선교」, 「간접선교」를 지향하면서 1960년, 1962년 출범한 두 출판사는 출간 서적의 범위와 종수를 급격히 확대시켰고 특히 대중성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각각 특색있는 출판방향으로 역할 분당을 이룬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쳐 공의회후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사도, 교부들에 관한 서적이 부쩍 늘었고, 성서에 관한 서적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양에 있어서도 크게 늘었는데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오세완 신부가 1990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의회후 1988년까지의 출판물은 2천4백42종으로 이전까지 8백19종에 비교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공의회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인쇄술 발달, 경제성장 등 다른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60년대의 탄력을 이어 70년대에는 지속적 성장세를 보였다. 아동도서의 출판이 대폭 확대됐고 60년 「가톨릭소년」으로 창간된 「소년」지는 지금까지 가장 권위있는 아동교양지로 자리잡았다.
한편 연감, 연보, 사전, 통계 등 총류의 서적이 대폭 늘었는데 각 기관이나 연구소 등에서 교회 관련 자료들을 대거 조사, 연구, 집계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신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신자생활과 관련된 서적들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영성과 문학서적들이 과거와 비교해 상당한 호응을 받았고 이런 추세는 80년대로 꾸준히 이어진다.
80년대에 주목할 만한 것은 1983년과 1984년 창간된 생활성서와 성서와 함께이다. 이는 70년대말부터 80년대초에 걸쳐 확산된 성서모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두 잡지는 94년 창간된 야곱의 우물과 함께 성서의 생활화에 큰몫을 담당하는 성서 전문지이다.
80년대말에 접어들면서는 기존의 4대 교회출판사를 비롯한 교회 공식기관외에 기쁜소식, 성요셉, 크리스찬, 성황석두루가서원 등 평신도들이 운영하는 개인 출판사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평신도들이 교회서적을 펴내는 것이 상당한 어려움을 갖고 있음에도 이들은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유익한 서적들을 출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나친 신심 위주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영세성으로 양질의 책을 펴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으나 어쨌든 출판 저변의 확대와 서적의 다양화를 위해서 이런 현상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들어서는 출판사들이 나름대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대중성에 치중해왔던 성바오로는 학술적 서적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94년 성바오로와 바오로딸로 나눠지는 동시에 치밀한 사전 기획출판, 국내 작가의 발굴 등에 주력하기 시작했고 첨단 영상매체의 제작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가톨릭출판사 역시 도서출판 새남을 따로 등록, 간접선교를 위해 직접적인 종교색을 배제하는 등 참신한 움직임을 보였다.
교회 창설 이후, 그리고 해방이후 교회 출판계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극도의 영세성, 거의 전무라 할 만큼의 유통망 부재, 외부 출판사와의 경쟁력 부진, 역량있는 국내 저자의 부족, 신자들의 독서열 부족등 산적한 과제들의 해소는 아직 상당한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자수 3백만을 넘어선 한국교회의 출판계가 더이상 교회안의 수요에 만족하지 않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어떻게 설득력있게 교회서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선교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도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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