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북베트남 탄호아교구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탄호아교구장 램주교. 그는 이 편지를 통해 탄호아지역을 비롯 북부베트남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피폐화된 교회의 재건을 위해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제시된 호소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띈 것은 성당과 공소를 수리하거나 재건하는데 드는 비용이 한 건당 80만원에서 1백50만원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소식 이 본보를 통해 보도되자 전국 각 지역에서 은인들이 나섰다. 한 가정이, 부부가, 자매가, 개인이, 베트남 교회의 재건에 정성을 보내왔고 이들의 사랑나눔은 작지만 알토란같이 모아졌다.
이 뜻있는 정성을 보다 값지게 쓰기위한 방안이 강구됐고 결국 현장방문을 통한 구체적인 지원을 검토하는 방법이 제기됐다. 따라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이번 베트남방문은 북부 베트남 교회를 살펴보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조건이 남부 베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 베트남, 그 속에서 베트남교회의 재건을 꿈꾸는 탄호아 교구의 신임 교구장 발토로 메오 램주교는 한국교회를 향해 굳건하게 닫쳐있던 북부 베트남교회의 문을 조금 열어보인 셈이 되었다.
『당신이 듣는 것을 믿지 말고 보는 것을 믿어라!』 베트남 북부지역 방문길에 오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담당 서정숙씨는 이 한마디의 말로 북부 베트남이 처한 상황을 한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통일을 일구어낸 역군들의 도시, 북부 베트남은 개방의 도도한 물결을 뒤로한채 아직은 수줍은 모습이었고 어쩐지 감추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교적 안정된 달라트교구에서 탄호아교구를 자원, 자리를 옮긴 램주교는 바로 탄호아 태생. 75년 사이공이 함락되기 두달전에 주교로 서품된바 있는 램주교는 베트남 통일후 자신과 교회가 겪은 상황보다는 탄호아교구의 재건에 관심가져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사실 그의 지적대로 북 베트남교회는 남쪽 베트남교회에 비해 외형적인 것에서부터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곳곳에 산재한 수많은 성당과 공소들은 폐허상태로 방치되어 있을뿐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와중에서도 경제개방과 더불어 조심스럽게 열리기 시작한 성당들은 주일이면 신자들의 행렬로 넘쳐나고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전반적인 환경이 열악한 탄호아지역이지만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천주교신자들은 그중에서도 더욱 어려운 여건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먹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속에서 신자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봉사, 노력 봉사로 교회의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 같은 노력봉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일날이면 탄호아지역 대부분의 신자들은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미사에 참례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쩌면 굶고있는 신자들에게 오히려 교회가 식량을 나누어 주어야할 오늘의 상황속에서 북부 베트남교회 신자들의 힘만으로 교회재건을 꿈꾼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꿈인듯 했다.
그러나 예고없이 마을에 불쑥 나타난 주임신부를 향해 마페 마페(나의 아버지)를 외치며 두손벌리고 새까맣게 달려드는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활짝 웃음으로 신부를 공손히 맞아들이는 신자들의 주름잡힌 얼굴에서 그들의 이 꿈은 반드시 실현될수가 있으리라는 확신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하나같이 맨발에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이들의 밝고 티없은 얼굴에서 우리는 불과 30여년전 우리교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회상해낼 수가 있었다.
1932년에 교구로 설정된 탄호아교구는 현재 본당 46개, 공소가 2백59개소로 신자수는 12만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3백50만명의 주민수를 감안한다면 신자화율은 5%에 못미치고 있는 이 같은 수치는 현재 인구수대 신자비율이 10%에 달하고 있는 베트남 전체 복음화율에 비교한다면 턱없이 빈약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 빈약한 수치가 바로 남부 베트남교회와 북부 베트남교회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당국의 허가없이는 교구청내에 외부손님을 들이기 어렵고 역시 당국의 허가없이는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북부 베트남의 오늘의 현실은 빈약한 신자화율과 하나의 고리를 이루고 있음이 분명했다.
불과 4년전 주민들과의 접촉이 겨우 허락된 북 베트남교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새롭게 서고자 하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우선 이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교회의 재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했다.
한국돈으로 1백여만원 정도의 현금이면 성당하나를 거뜬하게 재건할 수 있는 그들의 여건을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주민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속에서 미사도 봉헌하고 희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북쪽은 남쪽에 해방을 주었으나 남쪽은 북쪽에 자유를 맛보게 해주었지요』
탄호아교구에서 무려 3개의 본당을 맡아 사목활동을 펄치고 있는 한 신부의 독백을 활짝 열린 교회로 무한한 신앙의 자유를 맛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져주고 있었다. 과연 『우리교회는,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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