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황과 주교단, 공의회의 무류적 교도만이 절대적 신빙성이 있어서 신자들의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교도권은 무류적 교도권보다 더욱 광범한 영역에서 행사된다.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이 통상적 교도에 무류적 교도가 요청하는 신앙상의 동의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대로 성실한 순종을 할 의무가 있다: 「신도들은 주교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린 신앙과 도덕에 관한 판단을 따라야 하고 주교에게 대하여 성실한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로마 교황의 유권적 교도권에 대하여는 특별한 이유로 비록 교좌(ex ca-thedra)에서 말하는 경우가 아닐지라도 의지와 이성의 성실한 존경심을 표시해야 한다」(교회헌장 25)
이 성실한 존경심, 의지와 이성의 순종은 그들이 단순히 교회라는 가시적이며 사회학적인 단체의 지도자라는 의미에서 요청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들의 전문적인 신학, 철학의 지식, 현명함에 신뢰를 보내라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러한 요소들이 교도권에 대한 순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그들을 파견하신 하느님 백성의 구원자요 인도자이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령께 대한 신앙상의 순종이 그 동기가 된다. 「너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며, 나를 배척하는 사람은 곧 나를 보내신 분을 배척하는 사람이다」 (루가 10,16)
그렇다면 교황의 통상 교도권, 특히 윤리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하여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여야 하겠는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에서의 무류적 교도권, 특히 윤리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하여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여야 하겠는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의 무류적 교도권에 대한 가르침 이후 실제로 교황이 무류적 교도권의 권위로 선포한 교리는 비오 12세 교황의 성모승천교리 밖에 없다 (1950년, 회칙 Munificentissimus Deus).
따라서 그 이외의 모든 신앙과 윤리에 관한 가르침은 통상 교도권에 의한 가르침이다(magisterium authenticum). 교황의 통상 교도는 흔히 회칙 (encyclica) 등의 형태를 취하여 전 세계 교회를 대상으로 반포되는 공식적인 가르침을 의견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어떤 형태의 것이 어느 정도의 확고한 가르침을 표명하느냐 하는데 있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일정한 성명의 형식으로 전 교회에 반영되는 교의 및 윤리문제를 명백히 가르친다는 의지가 분명할 때 통상 교도권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교황의 통상 교도권은 교황의 위임을 받은 특정 기관이나 위원회 (예. 신앙 교리성, 가정 위원회)를 통해서도 행사된다. 특히 최근에 나온 윤리관련 가르침들은 자주 신앙 교리성을 통해서 주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안락사에 관한 선언 등).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교도권의 가르침은 비록 무류적 선언이 아니더라도 가르침 그 자체로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주교의 교도권은 자기교구 영역에서) 구속한다. 따라서 교도권의 가르침은 교회 헌장 가르침대로 모든 신자들의「지성과 의지의 순종」을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가르침이 무류적 가르침으로 선포되지 않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본다면 그 가르침에도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교황의 선언이니만큼 더 이상의 논쟁은 있을 수 없고 그에 대한 불순종은 죄를 구성한다고 단정 지워 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태도이다. 교도권의 가르침이 무류적 선언만큼 결정적인 가르침이 아닌 한 수정될 수 있는 가르침 (dictrina reformabilis) 이 있을 수 있다. 교회는 역사 안에 순례하는 교회이므로 그 교계적 지도자들이 인간적, 지성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교회는 결코 부정하지 않는것이다.
따라서 교도권의 가르침은 한번 주어지면 영원히 변화될 수 없는 정체되고 고착된 가르침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 변화, 수정, 심화, 부분적 또는 전체적 포기,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께서 교계적 지도자들에게 신앙과 도덕의 교사로서의 사명을 위탁하신 점을 기억하고 그들의 가르침에 성실히 순종하려는 겸손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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