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학교 시작 첫날 이었다.
한 키 큰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감동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수녀님, 아무래도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야하겠어요』 『아니, 왜? 여기온지 몇시간도 안되었는데』
『지금 저희 학교는 보충수업 중이거든요. 방학도 하고 해서 「그까짓 보충수업쯤이야」하고 산간학교에 왔는데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보충수업하는 친구들 얼굴과 선생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산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할수가 없어요』 그 친구는 울상을 지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 우리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자연안에서 하느님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멋있는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꿈꾸지만 보충수업은 또 다른 그들의 쇠사슬이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고 반항하면서도 그들은 공부라는 단어에 얽매여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속에서 성장해온 청소년들은 늘 무의식 중에 다른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심리적으로 경쟁한다. 소위 명문고에 다니는 그 학생은 산간학교 기간동안 빠진 수업때문에 자신의 실력이 친구보다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어 산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다.
공부! 그것이 무엇인가? 한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이다. 책을 통한 공부 못지않게 여름방학을 이용한 산간학교에서도 그들은 참으로 많은 인생공부를 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하자마자 다시 보충수업을 시작한다. 산간학교에 신청했던 많은 학생들이 보충수업때문에 취소해야만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이번 여름산간학교 프로그램중에 「자유공간」포스터를 마련하였다.
그 포스트에서는 여러 운동경기종목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하여 1시간동안 열심히 노는 프로그램이었다. 청소년들은 그 포스트를 가장 좋아하였다. 왜냐하면 스스로 선택해서 자유롭게 놀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그들을 신뢰하고 기회를 주면 굉장한 창의력과 우정의 능력을 발휘한다.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들에게 방학 동안만이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여가를 선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자극하는 교육현실이었으면 좋겠다.
방학동안만이라도 청소년들을 믿고, 그들에게 「자유시간, 자유공간」을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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