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제 딸은 우리집안의 골칫덩어리예요.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인데 저 헤어스타일 보세요. 머리는 중처럼 빡빡 깎고 오른쪽 옆에만 몇 가닥 길게 길러 늘어트린 모습하며 큰 귀걸이 뚱뚱한 체구에 어울리지도 않는데……」
한 보좌 신부님의 주선으로 가족캠프에 오게 된 소위 「문제아」와 수심이 가득 찬 엄마의 모습에서 그 가정의 아픔과 갈등이 느껴졌다.
어딘가 모자란듯한 딸을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못 받아들였고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똑똑한 언니와 비교하며 심한 야단을 쳤다. 가정 불행의 원인이 마치 그 딸에게 있는 것처럼 여겼다. 정희는 점점 자신 안으로 들어갔고 부모의 말에 청개구리처럼 행동했다. 엄마로서 딸의 장래를 생각할 때 이대로만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정희에게 도움이 될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찾는 중이란다.
가족 캠프 동안 정희는 늘 구석에 혼자 앉아 있거나 엄마가 아닌 다른 가족 사이에 끼어 앉곤 했다. 어린 아이들과는 사이 좋게 놀면서도 엄마 옆에 가면 풀이 죽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쫓아와 최신가요 테이프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친절한 수녀님이 바쁜 일을 뒤로하고 최신가요를 돌려주면 만족한 웃음을 웃었다. 정희가 마음 대로하는 그 모든 행동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저를 사랑해 주세요」
가족캠프는 끝났고 정희는 뒤를 자꾸만 돌아보며 떠났다. 며칠 후 혼자서 교통이 불편한 이시돌 젊음의 집까지 찾아왔다.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면서! (그렇다! 정희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산간학교 교육을 마치고 예비수녀님들이 떠나던 날 정희는 비행장에 나타났다. 각별히 친절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담임수녀님과 일행이 탑승구로 사라지자 정희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소리 없이! (그렇다! 정희는 문제아라기보다 사랑 받고 싶어하는 사춘기 소녀였을 뿐이다)
정희의 문제행동의 원인은 어쩌면 정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부모에게 있었던 지도 모른다. 지나친 부모의 기대와 욕심이 오늘의 정희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랑을 먹고 성장한다.
따라서 정희의 가출과 이상행동은 어쩌면 정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랑 찾아 나는 새의 날개짓」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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