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도권의 문헌들이 다룬 대부분의 윤리문제들은 많은 경우 자연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일어난, 따라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문제들이어서 교회의 무류적 교도 또는 그와 버금가는 가르침의 대상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교황과 주교의 무류적 가르침 또는 그와 똑같은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확고한 가르침 이외의 통상적 가르침들, 특히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생명윤리 관련 가르침들은 모두가 똑같은 정도의 권위를 지니고 있을까? 아니면 권위의 정도를 서로 달리 볼수 있어서「지성과 의지의 성실한 순종」의 정도 역시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후자의 입방을 취한다. 쉽게 말하면 모든 가르침이 다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성의 단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를 알아봐야 한다. 물론 일정한 공식은 없다. 교도권이 그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므로 우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버스피런(Verspieren)의 구분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도권의 입장표면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대상이 중요한 사안이라면 일단 그 가르침은 심각한 고려와 순종을 요청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가르침의 대상이 안락사 문제라면 그 가르침은 보건행정에 관한 교황의 언급보다 분명히 더 큰 권위를 싣고 있을 것이다.
둘째, 문헌의 저자가 누구인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교황, 공의회의 가르침은 각국 주교단의 가르침, 주교 한 사람의 가르침 등의 순서로 권위의 정도를 가늠해 볼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 각 교도권의 공식적 위임으로 구성된 한시적 단체도 위임자의 권위를 지닌다. 교황청 제 성(省)의 가르침(예, 신앙교리성 등)은 교황의 가르침에 준하는 권위를 갖는다. (특히 교황이 그 선언의 결론에 명현적으로 재가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교황청 제위원회의 가르침은 성의 가르침 보다는 권위가 약하다.
셋째, 문헌의 성격을 고려할 때 권위의 단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공의회의 헌장(Constitution), 공의회의 교령(Decreti), 등은 교황의 회칙(Encyclica), 권고(Exhortatio), 라디오 연설 등 보다 더높은 단계의 중요성과 확신을 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전 세계를 향하여 기술(記述), 발표된 것은 일정 영역의 일부 사람들에게 행해진 연설, 훈화보다 상위의 권위를 가진다.
넷째, 표현 방법에 주의를 기울이라. 각종 교도권의 문헌들에 나타나는 표현들을 볼때 교도권자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사명과 과제의 중대성의 정도가 드러난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는 표현에는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가르침의 지속성 또는 발전 과정을 살펴야 한다. 즉 어떤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하는 가르침이 그동안 당대 또는 선대 교도권에 의하여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후대 교황이나 주교들이 얼마나 자주 반복, 인용하고 있는 가르침인지도 알아봐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기준들을 가지고도 교도권의 가르침을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도,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를 소개하는 것은 교도권의 각 표현들이 지니고 있는 권위의 차이를 가늠해 볼수 있는 신자들의 성숙한 양심, 성숙한 자유를 교회는 절대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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