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최석우 신부) 중국교회 순례단이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사제서품 1백50주년을 기념해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중국 교회를 순례하고 돌아왔다.
가톨릭신문은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해 중국 금가항성당 현지에서 유일하게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사제서품 1백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한 한국교회사연구소 순례단의 감격적인 현장을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동행취재 했다. 이에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한국교회사연구소 순례단의 중국교회 순례 목적은 김대건 신부 사제서품 1백50주기를 맞는 8월 17일에 김신부의 사제서품식이 거행된 상해 금가항(金家港)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오늘날 중국교회의 실상을 파악, 미구에 실현될지도 모를 북한 신자들과의 만남을 기원하고 민족 복음화를 위한 성제(聖祭)를 봉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한국교회사연구소 순례단에는 연구소 모든 임직원이 참가, 한국 교회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탐방함으로써 자기 신원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순례단의 이번 중국교회 기행은 최근 경직된 남북관계의 여파로 순계기간 동안 뜻하지 않은 우여곡절을 감수해야만 했다.
안승운(安承運) 목사 납북사건으로 중국 정부에서 종교인 특히 한국 성직자들의 입국을 극히 제한해 순례단의 최석우, 김병일(서울 서초동본당 주임), 변우찬 신부는 자유업자로 속여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순례단의 일원이었던 춘천교구 최원석 신부는 여권사진이 로만칼라를 한 모습이어서 출국 당일까지 끝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동행하지 못했다.
중국 여행은 「기다림」을 배우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중국으로 떠나는 북경(北京)발 항공기부터 40여분 지연되더니 중국 땅에선 행선지를 옮길 때마다 버스와 비행기를 1~2시간씩 기다리는것이 상례였다.
차편과 비행기편이 계속적으로 지연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을 빚은 순례단은 상해 순례를 위해, 두만강 도문과 연길성당 방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순례단은 교통평이 지연될 때마다「성직자 영입을 위해 수차례 중국 땅을 왕래하며 사제 입국을 고대했던 초기 신앙선조들의 애타는 심정을 묵상할 종은 기회 」라고 서로 위로하면서 불평없이 순례지를 채워나갔다.
북경에 도착, 제일 먼저 찾은 중국교회는 북경교구 주교좌성당인「남당」(南堂)이었다. 남당은 조선 사신들은 물론 초기 신앙선조들과 선교사들의 만남이 처음으로 이뤄진 곳으로 이곳에서 윤유일(바오로)가 한국교회 신자로서는 첫번째로 견진성사를 받은 유서깊은 곳이다.
한가로운 늦여름 오후, 뜻하지 않은 순례객에 놀란 남당 신자들 특히 이곳에 근무하는 공안(公安)원들은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은채 짜증을 냈다.
안목사 피납사건으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경생돼 있는데 예고도 없이 한국에서온 40여명의 순례단이 남당에 들이닥쳤으니 경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이해할 수 있있으나 성당 출입조차 공안원이 막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 생각되었다.
순례단은 그래서 현지 가이드를 사제관에 보내 허락을 받도록 조치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 남당 성모상 앞에서 최석우 신부의 북경교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약20여분간 꼼짝할수 없었다.
우여곡적끝에「성당만 들어갈수 있다」는 허락을 받고 성당 내부만을 순례했지만 순례단 각자가 느낀 감회는 대단했다.
중국인들의 경계는 남당 순례를 마치고 곧장 들른 북당(北堂)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5시가 넘어 외국인들은 성당에 들어올수 없다」며 저지하는 공안원에게 약간의 뇌물(?)로 성당 마당에 발을 들여놓을수 있었던 순례단은 마침 외출하려던 북당의 노신부를 만나 그의 배려로 비교적 자세하게 성당을 돌아볼수 있었다.
프랑스의 노트르담성당을 축소한것같은 북당은 한국의 첫영세자 이승훈(李承薰)이 세례를 받은 바로 그곳이다.
북당은 명조 후반기와 문화 혁명기를 거치면서 파괴되고 훼손대 비록 2백10여년전 이승훈이 영세할 당시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순례단을 벅차게 하기는 지금으로도 충분했다.
중국 교회는 아직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성당 모습과 전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순례단으로 하여금 역사를 회귀하는 착각에 빠뜨렸다.
최석우,김병일 신부와 연세가 많은 신자들은 제대앞에 십자가상 대신 성모상이 위치하고, 지성소를 경계하는 난간과 지성소 앞에 늘어져 있는 성체보를 보고 모두를「그래 맞아! 옛날에 이렇게 미사를 지냈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애초에 계획했던 순례단의「미사 봉헌」은 끝내 성사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순례단은「안목사 피납」이란 예기치 못한 돌출 사건도 있었지만 성당마다 공안원이 배치돼 있고, 성당 방문 시간도 정해져 있는 것을 알고, 공산사회 안에서의 종교 생활과 신앙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체험할수 있었다.
공안원의 감시속에 북경의 성당들은 돌아본 순례단은 김대건신부가 부제품과 사제품을 받은 장춘 소팔가자성당과 상해 금가항성당에서는 한민족의 복음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꼭 봉헌할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8월 13일 장춘 소팔가자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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