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출판계는 3년째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든지 같은 현상이 교회 출판계에서도 발견된다. 아니 어떤 면에서 교회 출판계의 침체는 외부 출판계의 위기에 앞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컴퓨터, 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첨단 영상매체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인쇄매체의 독특한 가치가 미래에도 여전히 유지된다고 할 때 과연 교회 출판계는 이 침체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 것인가.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교회 출판계가 새로운 전망을 가지고 「비상구」를 찾아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모두 4회에 걸쳐 신자들의 부진한 독서율, 출판계의 구조적 문제, 출판 문화 활성화의 방안을 모색한다.
첫회에서는 가톨릭신자들이 고질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반성해보고 여기에 출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사회 전반적으로 출판문화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가톨릭신자들의 독서문화 역시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과연 가톨릭신자들은 책을 안 읽는가? 직업에 따른 전문서적이나 교양서적등은 몰라도 적어도 교회서적에 관한한 매우 낮은 독서율을 보이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60주기념으로 1987년 펴낸 사회조사보고서 제2편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노길명, 오경환 지음)은 다소 오래된 조사지만 비교적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조사된 자료로서 가치를 갖는다.
1천93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의하면 성서를 한달에 한번도 채 안읽는 신자들이 무려 34.9%에 달하고 교회 정기간행물은 46.7%가 단 한권도 구독하지 않는다.
단행본을 포함한 기타 교회서적은 52.2%가 1년에 단 몇차례 들쳐볼 뿐이고 거의 매일 읽는 사람은 단 4.8%에 그친다. 현대교회의 방향을 제시한 제2차바티칸공의회 문헌과 교황회칙은 더 심각해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무응답을 포함해 각각 83%, 82.4%를 차지했다.
물론 이 조사는 오늘날과 8년이라는 시간차를 갖고 한국교회와 교회 출판계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시사하는 바가 그리 큰 변화가 있지 않다는데 가톨릭 출판문화의 심각성이 놓여있다.
특히 성서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들고다니며 외우다시피 성서를 읽고, 한 개 출판사가 가톨릭 계통 출판사 전체보다 많은 종, 부수의 책을 펴내는 개신교 신자들의 열성과 비교할 때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문제를 신자들의 「게으름」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 출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7월 가톨릭신문사는 서울 명동성바오로서원을 방문한 손님1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자를 실시했다. 그중 교회출판계에 바라는 점을 주관식으로 물은 항목에서는 현재 교회 출판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항목에 답한 사람중 11%가 「일반 서점에서도 교회서적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응답했고 일반 서적과 비교해 「책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홍보가 미흡하다」는 답변이 7%로 나타나 책 정보 입수와 구매에 있어 독자들의 불만이 있음을 드러냈다.
내용에 있어서는 「종교색을 초월해서 보편성을 지니는 서적도 출판 또는 비치」하길 바란다는 응답이 9%, 「판에 박은 듯한 내용을 탈피」해 「다양한 내용과 주제의 책들이 폭넓게 출판」됐으면 한다는 답변이 9%로 나타났다.
이를 정리하면 독자들이 느끼는 불만은 홍보와 안내, 유통망, 다양성의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러한 요인들은 신자들이 교회 서적을 가까이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업성, 영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출판사들과는 달리 교회 출판사는 문서선교, 신심의 심화, 신앙생활의 지침 제시등 종교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이 양서를 선택하고 읽을 수 있도록 가톨릭의 독서, 출판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심을 심화하고 교회 상식을 넓히기 위해 성서를 비롯한 교회서적을 읽어야 할 당위성은 분명하다. 의식있고 깨어있는 신앙생활을 위해 공의회문헌, 교황회칙들을 자주 읽고 그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교회의 독서, 출판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신자 개개인과 출판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교회 당국은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의 조성을 위해 사목적 차원에서 지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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