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내에서 남쪽으로 시가지를 막 벗어나려 하면 왼쪽으로 2차선 포장길이 나온다. 그 길을 들어서면 왼쪽은 벼가 익어가는 들판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은 높지 않은 야산이 도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언제 들어섰나 싶은데 저 멀리에는 전북의 명산 모악산이 우람한 자태로 버텨섰고 그 끝자락에 매달린 듯 오른쪽에는 해발 1백50m의 계룡산이 자리하고 있다.
풍수(風水) 논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곧잘 「인재가 쏟아지리라」는 이 계룡산의 품속에는 지난 92년 진북동에서 이곳 삼천동으로 옮겨온 전주 해성고등학교(교장=조성호, 종교감=경규봉 신부)가 자리하고 있다.
순교자의 피로 얼룩진 숲정이터에 자리했던 구 교사터도 자랑스러운 성지라 떠나기 애석했지만 협소한 장소와 비교육적인 주변 환경이 더 이상 옛것을 고집하며 눌러있기에는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맹모(孟母)의 심정으로 옮긴 자리가 바로 계룡산품속이다.
들판 너머 시가지의 아파트촌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막상주변을 둘러보면 탁 터인 들판, 숲과 오솔길, 산새의 울음소리와 과수원, 더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달리는 학우들의 모습뿐이다. 시내의 자동차 소음, 행상들의 확성기 소리, 방과후 학생들을 유혹하는 유흥시절, 정서를 앗아가는 빌딩숲, 숨 막히는 공기 등은 상상도 할수 없는 좋은 교육환경이다.
시가지를 벗어난 탓에 교통이 불편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시내버스조합과의 협의하에 등하교 시간에 시내버스를 집중시킴으로써 해결됐다. 지방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도 해성학교의 자랑거리다. 목재 침대를 비롯한 현대식 시설은 기숙사생들의 학력신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95년 해성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74%. 타학교와 비교해볼 때 월등히 앞서가는 해성학교의 진학률은 학교환경과 가톨릭의 교육이념,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학부모의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이 되다시피한 학생들의 자율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결실이다.
학교발전과 학생들의 학업신장을 위해 오래전부터「교직원 창안발표」를 정례화 해오고 있는 해성학교는 최근 고교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 교사 개개인의 의견을 서면으로 접수해 반영하고 있다. 선지원 후추첨제 도입으로 학생들의 학업신장과 함께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한 학교측은 홍보팀 조직해 홍보지 발간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여건의 충실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아래 복지시설 확보와 교육활동의 내실화를 기해왔으며 마침내 지난 7월8일에는 총동창회 주관으로 「해성고등학교 발전기금조성위원회」를 발족, 장학재단설립을 목표로 모금중에 있다.
높은 진학률과 함께 해성학교가 자랑하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치활동. 약 10년전부터 학생회장을 직접선거로 선출해오고있는데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비디오에 담아 타학교홍보자료로 삼을 정도롤 앞서나가고 잘 정착돼왔다.
가톨릭계 학교임에도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 해성학교는 그러나 내실있는 종교교육으로 매년 30~40명의 영세자와 1~2명의 성소 지원자를 배출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미사와 점심시간을 이용한 종교음악 방송, 대축일행사와 성진·수도자들의 모습을 통해 비신자학생들에게 가톨릭의 이미지를 심는 신앙의 텃밭 해성학교이다.
무엇보다 나눔의 생활을 실천하기위해 종교부 주도하에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는 「사랑의 다리」운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돌아보게 하는 산교육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천만원을 모금, 교구 사회복지회를 통해 각종 시설에 전달되고 있다.
아직 채 가난을 벗어나기전인 1963년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고자 「성실」과 「실력」을 교훈으로 개교한 해성(海星)고등학교.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봉사하는 성실하고 실력있는 인간을 기른다」는 목표아래 1만1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해성학교는 가톨릭정신에 충실한 명문 사학으로 자리매김하려 오늘도 땀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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