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의 짧은 생애로 진지한 과학자의 삶에서 경건한 신앙인의 경지에 이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의 불후의 명작 「팡세(Pensees)」는 한마디로 「신없는 인간의 행복」을 제시한다.
17세기에 쓰여져 전세계에서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돼 삶과 인생의 지혜를 제시해준 팡세는 흔히 명상록으로 지칭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출판사들이 앞다퉈 책으로 펴내 같은 책이면서도 역자에 따라 특색있게 번역된 팡세를 서점에서 여러권 만날 수 있다.
사실 팡세는 그리스도교의 진실, 신앙을 변론하는 호교론적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그리스도인에게 국한되지 않는 이유는 인간성의 심연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지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인생과 세계관에 대한 명상에 깊숙이 빠지게 하는 매력, 바로 그것이 팡세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한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파스칼의 진정한 천재성은 인간 현실의 인식을 통해 새로운, 초월적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다 는데서 찾을 수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팡세는 제1부에서 인간성의 타락을 인간성 그 자체에 의해 증명하고 2부에서는 이 타락에서 인간을 일으킬 구원자가 존재함을 성서를 통해 입증한다.
인간은 감각에 기만되고 오류를 범하는 공허한 존재로 이성은 갖가지 기만에 매여 진실에 도달할 수 없다. 인간의 사회학적 현상인 사회제도와 법질서 역시 인간의 비참한 의식의 연속에 그친다.
하지만 파스칼은 공허와 비참을 느끼는 의식은 곧 인간의 위대를 입증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길을 연다. 인간의 실존적 한계상황에 직면해 그 구원이 인간의 손에 있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케 함으로써 그는 무신론자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제2부에서 성서를 통해 그 역사성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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