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35분, 교실 스피커에서는「아베마리아」가 조용히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잠시후 담당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수능고사를 앞둔 3학년은 물론 1, 2학년 전교생을 대신해「수험생들의 후회없는 노력과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기도한다.
부산 데레사여고(교장=장안숙 수녀)가 수능고사 1백일을 앞두고 전교생이 참례하는 가운데 드리는「백일기도」모습이다. 전통이 되다시피한 데레사여고의 백일기도는 특이하게도 종교가 없거나 타종교를 믿는 학생들께도 거부감없이 받아 드려지고 있다.
아마도 순수한 종교의식만으로 받아드려지기 보다는 학생개개인의 흐트러지는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급우들간의 일체감을 확인하며「좋은 입시결과」라는 공동목표를 지향하는 유익한 시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인것 같다. 아무튼 요즘 데레사여고의 일과 중심은 이렇게 기도시간이 차지하고 있는데 혹자는「학생들의 성적이 좋지않은데 기도만 한다고 좋은 대학 가나」하는 사시(斜視)를 지닐수도 있다.
그러나 데레사여고의 대학 진학률은 해마다 85%를 넘고 있다. 학교마다 이 진학률을 부풀릴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 올해 들어 매달 실시한 전국 수학능력 모의고사에서 데레사여고는 부산 지역 남녀고등학교를 통틀어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 1차례 근소한 차이로 3위 한것을 제외하고.
좋은 성적이 계속되다 보니 모의고사 수석도 3차례나 차지해 타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장교장은「학교의 방침과 교사들의 지도, 학생들의 교사들에 대한 신뢰와 꾸준한 노력이 삼위일체가 돼 열심히 한 결과가 성적이 오르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대학입시라는 현실을 무시할수 없기에 성적향상에 심혈을 쏟고는 있지만 데레사 여고가 무엇보다 자랑하고싶은 점은 학생들의 인성함양을 위한 노력들이다.
어쩌면 이런 노력들이 몇시간의 학과공부보다 학생들의 성적향상에 더 크게 일조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낄수 있었다.
우선 학교측은 신입생 모두를 입학과 동시에 1학급씩 경남 양산에 마련해놓은 생활관에 2박3일동안 입소시킨다. 여기서 신입생들은 교사와 급우들간의 자연스런 사귐을 갖고 공동체의식을 키운다. 또한 기본 예절을 익힘은 물론 인성교육 심리검사 심성교육 성교육도 실시되고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특히 생활관에서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게 된다. 장안숙 교장은 교훈이자 소화 데레사 성녀의 정신인 겸손 순박 사랑을 바탕으로 한 학교설립 이념을 강의 한후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친밀 감을 표하는데 이것이 학생들에게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황홀한(?)순간이라고.
즉 근엄한 교장선생님이 아닌 다정한 수녀님으로 혹은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장안숙교장의 자세는 학생들이 3년동안「데레사인」으로 살아가는 큰 자긍심이 되고 있다.
매년 6월이 되면 데레사여고의 전교생 1천5백여명은 덕유산으로 야영 수련대회를 떠난다. 「봉사를 기쁨으로」라는 주제로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전교생 야영대회는 전국에서 데레사여고만이 하고있고 또한 할수 있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교실에서는 볼수 없는 친구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의지력 강화와 끈기훈 련을 갖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노고를 생각케하는 등참으로 많은 체험을 할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9개의 쎌이 운영될정도로 학생들의 종교생활과 학교측의 종교교육도 충실하다. 매년 1백여명의 예비자가 교리를 배우고 이중 30~40명이 세례를 받는다.
순박한 제비꽃(교화)처럼 겸손한 자세로 작은 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온갖 정성을 쏟으며, 등나두(교목)와 같이 교사와 학생이 하나가 되어 가톨릭 학교로서의 교육이념 실현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데레사여고는 1954년 9월 1일 설립돼 올해 2월 40회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1만6천여명의 동문을 자랑한다.
데레사여고는 바른 생활 교육과 높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부산 지역의 명문고교로 그 명성을 굳히고 있다. 끊임없는 교육방법의 연구와 개선을 통해 그리고 데레사여고만이 가진 독특한 전통의 계승발전을 통해 미래사회의 역군이 될 여성을 양성하는 참교육의 장 데레사여고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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