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서의 내용을 보면 하느님의 백성도 아닌자들이 하느님의 은혜를 받고 감사드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하느님의 백성은 도무지 믿음이 없고 감사도 없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일입니다. 따라서 구원의 열차표는 선민이나 세례자체보다도 신앙의 감사 행위에서 얻어 진다고 볼수 있습니다.
제1독서(2열왕5,14~17)에서는 이방인이었던 시리아의 장군인 나아만이 이스라엘의 예언자 엘리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문둥병을 고친 내용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많은 문둥병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중에는 한 사람도 고쳐주시지 않고 믿지 않는 이방인을 고쳐주셨습니다. 그것도 원수의 장군을.
이유가 뭐냐? 말할것도 없이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도대체 믿음이 없었습니다. 지도자부터 썩어 있었고 더군다나 우상을 섬겼습니다. 여기서 우상을 섬긴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최고의 모독이요 또 자존심 파괴행위였습니다. 가정 부인이 외간 남자와 줄곧 놀아난 격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결국 하느님의 백성에서 멀어집니다. 믿음이 없으면 감사도 없습니다. 불효자는 달리 불효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마움을 모르니까 불효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마움을 아는 것하고 모르는것하고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납니다. 알면 행복합니다. 고맙다는 그 자체가 큰 행복입니다. 고마움을 모른다는 그 자체가 불행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구제불능의 나병환자가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그즉시 치유받게 됩니다. 여기서 병이 나았다는 것은 저주받은 천형의 삶에서 축복받은 은총의 삶으로 구제받았음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커다란 축복을 받으면서도 감사가 없습니다. 믿음이 없습니다. 반면에 하느님의 백성으로부터 천대받고 배척받은 사마리아 사람만은 예수께 와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에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붙잡고 매달리고 사정해서 도움을 받았지만 그러나 감사가 없고 기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아무리 육체적인 나병에 해방되었다 해도 영적인 나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쌍한 사람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친구를 찾아가서 살려달라는 애원을 하면서 돈을 빌려갔는데 약속날이 되자 안주는 것입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루다가 나중에는 아예 먹고 뒹굴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돈을 준자는 큰 일이었습니다. 사실은 자기 돈도 아니었습니다. 사방에서 얻어다 준것이었습니다.
친구사이라 차용증도 써준일도 없고 또 증인을 대고 내세을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저쪽에서는 법대로 하라면서 버티는데 이쪽에서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은 고통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돈주고 뺨 맞은 격입나다. 세상에 그처럼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철면피의 인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돈을 떼인분이 나중에 이러는 것입니다. 「신부님, 저는 잃은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하고요. 돈을 크게 떼이고도 얻은 것이 많다고 하느님께 감사 드리는것입니다. 잃으면서도 얻는 사람이 있고 얻으면서도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사가 있으면 잃으면서도 얻습니다. 그러나 감사가 없으면 얻으면서도 잃게 됩니다.
어떤분은 세례받은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은혜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가 닫혀져 있으면 세상이 닫혀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효자들이 늘 그럽니다. 부모님이 자기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없다고 판단하니까 행패를 부리는 것입니다. 불쌍한 인생들입니다.
누구나 고달픈 십자가를 무겁게 지고 있으면서도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십자가가 마치 그분의 선물인양 감사로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그래서 행복합니다. 돈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요 건강하다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감사할 줄 알기 때문에 행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축복은 감사를 통해서 오는 것입니다.
믿으면 병들어도 은혜로우며 가난해도 감사 드리게 됩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거꾸로 말씀드릴수도 있습니다. 믿음이 없는 분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감사할것이 없다고 해도 감사하다고 외쳐 보십시오. 믿음의 축복을 만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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