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한 일도 없는데···. 이런 사람 얘기가 소개되면 부끄러워요」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받아 놓고 만난 최종숙(마르타ㆍ대전 대사동본당)씨는 그냥 「차나 한잔하고 가시라」며 한사코 취재를 마다한다.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30년 넘게 살다 보니 고향이나 같다고 말문을 연다. 「건강을 주시니까 이렇게라도 일을 해요. 매일 매일 그저 하느님께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요」
「일흔 셋」나이로는 믿기지 않는 카랑 카랑한 목소리와 꼿꼿한 자세가 그의 건강을 짐작케 한다. 「여장부처럼 활달하시고 열성적」이라는 본당 사무원의 귀띔이 이해가 간다.
본당 레지오, 연도회, 성모회에다 구역장까지 맡고 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4시 반이면 시작된다. 「매일 새벽 성당문을 열고 새벽미사에 참례합니다. 미사 전 한시간 정도 예수님을 뵙고 묵상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요」
아침이면 걸려오는 전화 벨소리로 요란스럽다. 상가(喪家)ㆍ환자방문 아니면 단체모임을 위해 최할머니를 찾는 전화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일들이지만 그의 달력은 미리 정해진 활동 메모들로 꽉 차있다.
이 가운데 최할머니가 가장 기쁘게 하는 활동은 환자돌보기와 전교본당과 대학병원을 통해 연결되는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다. 그는 상가를 찾아 봉사한 후 감사를 표하는 가족들에게 신앙을 가질 것을 꼭 권한다.
「얼마 전 대세를 받고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서울에서 자식들이 많이 왔어요. 저희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보고 꼭 성당에 나가겠다고 말하더니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영세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또 레지오에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요. 얼마나 기뻤는지 말도 못해요」
다른 인연으로 교회에 인도한 예비자를 포함해서 그가 1년동안 입교시키는 신자는 13명정도. 그의 대녀만 지금까지 2백70여명에 이른다. 「꼭 대모를 서달라고 청하는데 거절하기가 힘들어요. 혹시 냉담하지나 않을까 연락하고 꼼꼼히 챙기려 애쓰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최할머니의 열성은 교구에서 실시하는 교육이나 피정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루 섭렵(?)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대전교구 여성꾸르실료 1차 수료자이기도 한 그는 교구MBW도 처음으로 수료했다. 최근에 있은 호스피스 교육까지 그의 삶의 양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험한 일을 하고 난 뒤 그 기쁜 마음은 비할 데가 없어요. 늘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삶의 허무함을 느끼게 되고 구원·신앙에 대한 확신이 더욱 깊어지죠. 이것도 다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의 기회라고 봐요」
그는 요즘 성서필사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 동안 몇 번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각오로 마태오복음부터 시작했다. 하루 2시간 정도는 꼭 성서쓰기에 바친다는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진 이 일을 계속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아침이면 늘 새로운 힘이 솟아나요. 봉사하고 전교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인데 건강까지 주시니 더 기쁘게 전교해야죠」
「매일의 삶이 기쁨의 연속」이라는 그의 얼굴에선 20대 중반에 남편을 잃고 자식 둘을 혼자서 키워온 여인의 모진 구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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