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냉담자들의 경우 본당안에서는 만나보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직장사도직 단체에서는 언제든지 이들을 만날 수가 있지요」
서울대교구 직장사목전담 이기양 신부는 한국교회의 뿌리깊은 문제 중 하나인 냉담자 문제의 해결에 있어 직장 사도 직 단체의 활성화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냉담자 문제, 복음화의 최대 장애
냉담신자와 거주 불명자의 증가는 현재 우리교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이다. 교세통계에 따르면 냉담자는 89년의 10.05%를 기점으로 해마다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전체 신자수의 11.5%가 냉담자로 나타나 고질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증가하는 거주 불명자의 비중을 합한다면 그 수치는 쉽게 20%에서 30%를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10명의 신자 중에 두세명은 냉담자격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서울대교구의 경우 1994년 교세 통계에 의하면 냉담자가 8만2천5백27명, 거주불명자가 16만4천3백51명 등 모두 24만6천8백78명이다. 이는 전체 신자수의 25%에 가까운 숫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선 사목자들은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교적상 신자 전체수의 절반도 채 안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문제는 통계수치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각 본당과 교구에서는 냉담자수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큰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으며 냉담자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1백만, 2백만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교세 3백만을 넘은 한국천주교회는 그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 냉담자라는 짙은 그늘을 품고 있는 것이다. 터진 그물 사이로 물새듯 새나가는 냉담자와 거주불명자 문제의 해결은 2천년대 복음화의 과제를 앞둔 한국 교회가 비신자들에 대한 선교만큼이나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냉담자들의 현상으로 나아가야
그러면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른 냉담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본당에서 이들을 만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면 직접 그들이 있는 곳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하지는 않을까?
최근 들어 점점 그 사목적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직장사도 직 단체의 활성화는 냉담자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직장사목은 본당과의 긴밀한 보완체제하에서 이루어질때만이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전체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생활한다. 땅이 생활의 터전이 아니기에 한 곳에 영구히 정착하지 않고 직장을 따라 수시로 이사를 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누군가가 항상 집을 지키고 있던 옛날과는 달리 맞벌이가 확산되면서 하루 종일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특히 서비스,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주일에도 일을 하고 평일에 쉬기 때문에 주일의무를 지킬 수 없다. 한번 두번 주일미사를 빠지다 보면 이것이 누적되어 거의 대부분의 이 분야 종사자들은 냉담자나 거주불명자로 분류되고 만다.
따라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때로는 일요일도 없이 직장 현장에서 생활하는 도시의 「냉담자」들은 본당 조직을 통한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직장 사도직 단체의 결성이 폭넓게 확산될 경우, 같은 일터에서 하루 종일 함께 일하는 동료(냉담자)들을 교회로 이끌어들 일 수 있는 잠재력과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본당에서 사라져버린 냉담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직장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직장 사도직 단체는 이들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직장안에서는 앞뒤사방에 냉담자, 거주불명자가 있다. 그러면서도 천주교 신자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서로 가정이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장 사도직 단체가 활성화되면 이는 언제든지 해결될 수 있다. 단체원들이 주변 사람의 종교에 대해 조금씩만 관심을 갖고 배려해준다면 이는 사라져버린 냉담자들이 다시 교회를 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직장 사도직 단체가 결성된 현장에서는 예비자 교리를 통해 새 영세자가 탄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10여년 가까이 성당을 찾지 않던 냉담자들도 지도신부로부터 판공성사를 받고 성사표를 본당에 마음으로 신앙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냉담자들이 성당을 찾아오지 않는 것을 신앙의 부족이라고 탓하거나 한탄을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성당을 오지 않는가에 대해 검토하고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그들을 찾아나서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직장사도직단체 활성화 전망밝아
이른바 「직장 사도직 단체」에 대한 관심이 사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몇년 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장사목 전담부가 신설된 서울대교구의 경우 현재 1백70여개 직장에 사도직 단체가 결성돼있다.
이들은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등을1지역, 종로구 성북구 동대문구 등을 2지역, 강동구 송파구 강남구 등을 3지역으로 하고 유통, 금융, 의료, 기업, 관공서, 제2금융 등 6개 업종으로 분류된다.
발족 이후 직장사목부의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직장 사도직단체의 잠재력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각 직장마다 예비자교리가 신설되고 교구 차원에서 실시하는 각종 피정, 성지순례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체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단체들이 대거 창립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과 유통업계가 눈에 두드러지고 관공서의 경우 서울시내 모든 구청에 교우회가 조직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직장사목전담부의 신설이래 과도기를 거쳐 활성화의 원년이라 할 수 있는 올해를 넘기면서 직장 사목의 전망은 매우 밝은 것으로 나타난다. 교구의 적극적인 사목적 지원으로 각 단체들은 한껏 고무돼 있고 직장사목 전담 부는 보다 한 차원 높은 활동을 위해 내년에는 직장사목세미나 교재와 월보 발간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전담 신부의 보강 전담 본당 지정 등도 추진 중에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