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건축의 세계화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인천교구「심곡부활성당」(주임=장희영 신부)과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구 장내동성당, 주임=고건선 신부)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 전문지인 독일 「뮌스터지」내년 봄호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특집으로 소개될 예정이어서 한국건축예술이 세계 건축예술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뮌스터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이 잡지 사장이 직접 방문한 데 이어 지난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레스트르프 편집장이 취재차 방문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으며 두 성당이 완공되는 2년 후에도 특집으로 다시 한 번 다루기로 결정하는 등 명성에 걸맞게 취재에 대한 투자와 성의가 돋보이기도 했다. 이 두 성당이 「뮌스터지」에 실리게 된 이유는 단적으로 예술성과 그 문화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뮌스터지의 레스트르프 편집장은 두 성당건축에 대해 「현대 건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신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상징적인 설계화 서구문화와 한국의 전통적인 양식을 지혜롭게 결합시킨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밝히고 있듯이 이 두 성당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기도하는 집으로의「상징성」이 제대로 드러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설계자 김영섭씨
“교회건축은 지역환경과 조화이뤄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뮌스터지」에 저의 작품이 게재된다니 기쁩니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성당을 짓겠다는 두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의 굳은 의지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합니다」
「심곡부활성당」과 「중앙성당」을 설계한 (주)건축문화의 김영섭(시몬) 소장, 그는 현대 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과 의무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축의 설계와 공사의 중요성과 아울러 이를 가능케 하는 당사자들의 정성과 기도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이 두 성당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막상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주민들 역시 자신들 지역의 명물로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느꼈다」고 전제하면서 「교회건축은 지역공동체가 갖는 정체성을 살리면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됨을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 인천교구 심곡부활성당
경기도 부천시 빈촌 한 가운데에 세워지고 있는 「심곡부활성당」의 형상은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의 모습에서, 또는 「알」바로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내재돼 있는 형상을 기억시키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부활을 상징하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달걀 모양의 이 성당은 보통 모양의 타원형이 아니다. 중심축과 비대칭구조로 동쪽으로 비틀린 타원 형태를 취해 정적인 건축 형태를「살아있음」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 교회 주변은 순로(順路)로 둘러싸여 있다. 이 순로의 벽은 전체 이미지로 보면 마치 알을 품고 있는 어미닭 주위의 지푸라기를 엮은 둥지처럼 보인다.
또한 성당의 내부-알의 내부는 바닥과 벽과 천장이 없이 한정돼 있으나 무한한 공간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사람들에게 옅보게 하고 싶은 의도로 설계되어 있다. 즉 「심곡부활성당」은 도시에서의 사라져 버린 곡선을 도입, 살아 있음의 상징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성당은 설계 당시 성당 뒷 쪽에 마치 벌집처럼 살고 있는 저소득층 주택가에 대한 배려로 공기와 햇빛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도록 성당의 후면에 주택가의 일사 조건에 맞도록 경사져 있다.
특히 사제관과 수녀원이 있는 부속건물의 1층 부분을 지상으로부터 띄워 좁은 골목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도록 배려,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수원교구 중앙성당
신학적 상징성 탁월
시대적 징표 건축으로 승화
지역 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
안양 장내동 시장과 아파트 한 가운데 들어서게 될 「중앙성당」(이 성전이 이 지역의 중심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얼마 전 성당명칭을 장내동성당에서 중앙성당으로 개칭했다고 한다)은 15세기 독일 화가 알브레히 뒤르(1471-1528)의 그림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앞의 광장과 연계된 시장 또는 아케이트가 공존하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중앙성당 역시 안양의 중심지역에 형성된 장내 동 시장과 아파트의 한 가운데에서 문화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징적인 건물과 광장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도심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세상에 열린 교회」로서의 모습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날카롭고 선과 면을 중첩시켜 혼탁한 사회 현실을 뚫고 올라올 수 있는 「기도하는 손」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중앙성당은 전체 모양이 「방주」(배)모양으로 되어 있는 현대 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3천5백석의 대규모 성당 내부도 노출 콘크리트 공사로,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단 한 사람이 들어가 있어도 「아버지의 집」에 들어와 있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심곡부활성당」과「중앙성당」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시대의 징표를 드러낼 수 있고 문화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짓겠다는 본당 사목자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열망, 그리고 이를 위해 모든 희생을 아끼지 않는 설계자, 시공자, 건축가들의 장인정신을 들 수 있다.
또한 교회 건축이 그 지역사회의 문화적 상징이 되어야 되고, 그 시대의 징표를「은유」와「상징」으로 표현해야 된다는 점에서 이 두 성당은 이를 충족시키
고 있다.
「뮌스터지」에 특집으로 소개되는 인천 심곡부활성당과 수원 중앙성당은 참으로「많은 의미」를 한국교회에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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