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스 소년 ‘로이’가 만난 꿈카
저는 라오스 탁켓에 사는 12살 로이예요.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데, 얼마 전 한국에서 온 꿈카 프로젝트 형과 누나들을 만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까불고, 달려가서 같이 사진 찍자고도 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움 때문에 그저 수줍은 미소만 지었죠. 그러다 용기를 냈어요. 제가 먹으려고 아껴둔 막대사탕 두 개를 꿈카 형과 누나에게 건넸어요. 그러고도 어찌나 부끄럽던지 형, 누나 얼굴을 못 보고 피해 다녔어요. 그런 저를 형과 누나들은 오히려 잘 챙겨주셨어요.
꿈카 프로젝트 형과 누나들은 23일 탁켓에 왔대요. 제가 살고 있는 탁켓교구에서 마련한 제1회 유스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번에 형, 누나들을 처음 봤는데 꿈카 프로젝트 형, 누나들은 지난해에도 몇 번 왔었다고 들었어요. 그전에는 카메라를 나눠주고 사진을 찍고, 인화된 사진을 돌려줬다고 해요. 이번에는 우리들과 더 가까이 지내기 위해 직접 유스캠프에 참여하기로 했대요. 한국에서부터 캠프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했어요. 너무 궁금해서 꿈카 프로젝트 프로그램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실제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제 사진을 붙여 만든 북아트, 율동과 함께 배운 ‘헬로우송’과 ‘굿바이송’, 우쿨렐레 연주는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예요. 특히 북아트를 통해 직접 만든 제 첫 번째 책은 보물로 간직할 거예요. 거기에 형, 누나들이 예쁜 한글로 글도 써줬거든요. 읽을 수는 없지만 저에게는 벌써 소중한 물건이에요. 꿈카 형, 누나들과 함께했던 동굴 탐방과 사원 관람도 좋았어요. 꿈카 프로젝트가 나눠준 사진기로 조원들과 추억을 깊이 새길 수 있었거든요. 저와 사진을 찍자고 해준 꿈카 누나들도 좋았어요.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은 건 제 인생에서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희와 함께 웃고, 놀아준 꿈카 형, 누나들 진심으로 고마워요. 근데 말이 안 통해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전한 것 같아요. 헤어짐을 앞두고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라오스 전통예식인 ‘바시’ 예식 때 제 마음을 흰 명주실에 담아 형, 누나들의 손목에 묶어줬는데 그렇게라도 제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형, 누나들이 한국에 가서도 라오스와 우리를 잊지 않기를 바라요. 저도 절대 못 잊을 거 같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 누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폽깐 마이~~! 우리 또 만나요~~!”
▲ 현지 아이들에게 필요로하는 것에 주목하는 꿈카 프로젝트는 라오스 탁켓교구에 우쿨렐레, 영어학습자료, 영어성경 등을 전달했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탁켓교구 청소년들에게는 꿈을 심어준 꿈카 프로젝트 봉사자들과의 이별이 아쉽다.
▲ 우쿨렐레를 처음 접하는 라오스 청소년에게 연주방법을 가르쳐주는 박명기 신부(가운데)와 차풍 신부(오른쪽).
▲ 자신만의 책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
▲ ‘순간을 영원으로’. 한 장의 사진에 추억을 담고 있는 꿈카 프로젝트 봉사자와 라오스 소년.
▲ ‘오빤 강남스타일’. 꿈카 프로젝트 봉사자와 탁켓교구 청소년들은 춤으로 하나가 됐다.
■ 꿈카는 계속된다
꿈카 프로젝트는 2009년 잠비아에 첫 번째 꿈을 꾸며 시작됐다. 영화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2004)를 보고 영감을 얻은 차풍 신부가 프로젝트 멤버들과 의기투합했다. 현지에 가서 코닥의 후원을 받은 일회용 카메라를 아이들에게 주고, 찍어오게 했다. 대부분이 카메라를 난생처음 보았기 때문에 꿈카 프로젝트 봉사자들이 방법을 알려줬다. 그러자 아이들은 날개를 달았다. 어른들은 볼 수 없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렌즈에 담아냈다. 각 사진들은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아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차 신부는 이후 부룬디, 몽골, 스리랑카, 라오스 등을 방문해 현지 아이들에게도 꿈꾸는 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꿈카 프로젝트의 발걸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꿈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한 번 방문한 지역과는 연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 두세 차례 이상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오스도 지난 7월, 11월 이어 세 번째로 방문했다.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다 보니 현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부룬디에는 어린이 도서관을 세웠고, 내년 초에는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라오스 방문도 청소년 사목에 박차를 가하는 탁켓교구와의 협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번 방문은 꿈카 프로젝트에게 특별하다. 새로운 선교활동으로 인정받아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로부터 선교 지원금을 받았고, 기존 7~8명의 소규모 형태를 벗어나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박명기 신부와 교구 청년 20여 명이 참여해 활동규모도 훨씬 커졌다.
차풍 신부는 “몇 번의 방문을 통해 현지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 번째는 현지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꿈카의 활동”이라면서 “이번이 사실 그 첫 시도인데 좋은 모델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서도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꿈을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611-021623-479
(예금주 꿈꾸는 카메라, 외환은행)
▧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 내륙부에 위치한 라오스는 배낭족의 메카로 불릴 만큼 많은 배낭족들이 찾는 나라다. 아직까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사람들의 인정이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도 한다.
한반도 면적 약 1.1배에 달하는 라오스는 불교국가로서 유적지가 많다. 640만 인구 중에서 약 90%가 불교도이며, 나머지는 정령 신앙을 믿는다고 알려져 있다. 가톨릭은 1893년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면서부터 정착하게 됐다. 1949년 프랑스로부터 완전 독립한 이후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사회주의국가가 되었지만, 가톨릭교회는 지금까지 라오스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