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의 역사는 대부분 주요한 행사들로 이뤄지지만, 사실 그 가운데는 ‘사람’이 있다. 가톨릭신문은 1998년 5월 24일자 신문에 김창린 신부의 남모르게 실천한 선행을 기사로 다뤘다.
기사는 “수원교구 철산본당 주임 김창린 신부가 성소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예비신학생들을 위해 남모르게 장학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며 “지난 52년 사제로 서품돼 사제생활을 해오고 있는 김창린 신부는 현재까지 총 8억 원의 장학금을 조성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김창린 신부의 선행이 기사로 밝혀지기 전에도 그는 이미 1997년부터 2회에 걸쳐 64명의 예비신학생들에게 약 286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바 있다. 특히 그의 8억 원은 동생의 후원과 지난 사제생활을 통해 절약해 모은 돈을 합친 금액이다.
기사는 “이처럼 거액의 장학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은퇴 후 집이라도 지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에서 동생이 오래 전 땅을 기증했던 것을 김 신부가 97년에 매각, 전액 장학금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적었다.
장학금의 이름은 그의 세례명을 따 필립보 장학금이 됐으며, 당시 김 신부는 IMF의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예비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신문 1999년 4월 18일자에는 김창린 신부가 4월 11일, 장학금 3040만원을 교구 내 15개 본당 중·고등학교 예비신학생 66명에게 전달한 사실이 나타나있다.
그는 이날 전달식에서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어려운 본당 예비신학생들에게 작은 격려가 돼주고 싶어 장학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17일, 그는 향년 87세로 선종했다. 황해도 황주군에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는 장학금 조성 외에도 생태 보존에 대한 교육과 피정을 실시하는 성 필립보 생태마을 설립의 기초를 놓기도 했다. 이렇듯 한 사제가 치열하게 살며 남기고간 흔적들은 교구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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