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은 신앙선조들에게 중요한 소식전달의 수단이었다. 서한은 통신이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박해를 피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며,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교우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을 박해하는 조정 대신들에게 항소하는 수단이었고, 교리를 익히고 전교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순교자들의 서한은 우리에게 남아 신앙의 명맥을 이어 순교 신심을 전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하상 성인의 ‘상재상서(上宰相書)’ 역시 그가 순교하기 전 자신을 박해하는 조정 대신에게 올린 서한이다. 천주교 박해의 비합리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고 천주교를 변호하는 이 글은 ‘순교를 목전에 둔 사람이 이토록 논리적이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천지 위에는 어른(하느님)이 계신데, 그분은 스스로 존재하시고 주재하시는 분으로서 이는 다음 세 가지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만물(천지만물)이고 둘째는 양지(양심)이며 셋째는 성경입니다.(중략) 생각해보면 천지는 하나의 커다란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것, 걸어 다니는 것, 동물, 식물 등 제각기 다양한 형상들이 어떻게 저절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순이 순교자의 동생 이경언 바오로가 명도회 회원들에게 남긴 서한 또한 순교 신심의 길잡이가 된다. 그의 편지는 오히려 자신의 체포로 놀랐을 회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남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펴주기를 당부한다.
다블뤼 주교의 참수당하기 직전 마지막 메시지를 담은 회유문은 그 절절함이 더하다. 한지 3쪽 분량의 한글본인 이 서한은 그가 홍주 거더리에서 1866년 체포됐음을 볼 때, 압송되던 13일 이전 급히 작성돼 비밀리에 신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서한의 내용은 포졸들의 감시 때문인지 간략하고 긴박하지만, 사제가 신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사랑과 당부는 시대를 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까지 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극히 사랑하는 제형들아. 내 떠날 때, 내 주님의 훈계를 좋은 마음으로 받아 지성으로 따라서 행하여라. 떠나도 너희를 자주 생각해 그리워하고, 너희를 위해 항상 기구하고, 너희 영혼의 신익을 항상 돌아볼 것이오, 멀리서라도 통공하는 은혜로 너희 가운데 있음과 같으니 나를 생각해 너희 본분을 열정으로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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