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와 고혈압으로 고통받고 있는 김창희(체칠리아·72·서울 오류동본당)씨를 자택에서 처음 대면했을 때, 머릿속에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편안한 모습이었다. 아픈 사람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김창희씨의 두 눈은 뜨고만 있을 뿐 그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어둠뿐이었고 몸은 ‘종합병원’이었다.
왼쪽은 유년시절에 완전 실명했고 오른쪽도 실질적 실명 상태다. 3년 전 오른쪽 눈이나마 살리기 위해 수술을 받았지만 잠시 호전되는 듯하더니 곧 기능을 다시 잃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 오직 암흑이라면 그 고통은 겪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일이다. 안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눈이 뻑뻑해 떴다 감았다 하기가 괴로워 눈물이 흘러내리고 충혈되기 일쑤다.
김씨는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두꺼운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조심스레 청바지를 걷어 올리자 정강이가 온통 멍투성이였다. “보이기 부끄럽다”며 이내 청바지를 내렸다. 두꺼운 바지를 입어야 넘어져도 덜 다치기에 사시사철 답답해도 청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했다.
김씨는 실명에다 심한 고혈압과 골다공증까지 앓고 있어 독한 약에 의지해 고통을 견디고 있다. 3년 전 직장에 다니던 딸이 갑작스레 해고된 충격에 쓰러져 머리를 다쳐 언제 또 쓰러질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했다. 이도 성한 것이 하나도 없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김씨는 24세에 결혼해 딸 넷을 낳고 34세에 남편과 사별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생활고를 막일과 행상으로 견뎌내는 인고의 세월을 살다보니 자기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고 한스러워했다.
겨울에 얼음장 같은 방에서 네 딸과 동상에 걸렸던 일, 10살짜리 큰딸이 행상 나가고 없는 어머니를 대신해 밥 지을 물을 긷는다고 우물에 두레박을 내렸다가 두레박과 함께 우물에 빨려들어가 죽을 뻔한 일…. 슬픈 일을 떠올리자면 끝이 없다.
김씨는 대출받아 장만한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수입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이 전부다. 대출 이자, 공과금, 교무금과 주일 헌금 내고 나면 치료비는 꿈도 못 꾼다. 냉장고에는 신 김치 하나만이 덩그러니 들어 있다.
김씨는 “잘 가르치지 못해 가난을 물려받은 딸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자살을 생각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천주교 신자는 자살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꿋꿋하게 살았다”며 “눈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서 못 배운 한을 풀고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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