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상륙했던 지난 8월 28일, 유튜브(YouTube)에는 ‘성당스타일’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성당스타일’은 서울 상봉동본당(주임 김승구 신부) 차바우나 보좌신부와 주일학교 학생들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자체 제작 영상이다.
패러디 영상은 한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상은 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영상이 상봉동본당에서 제작된 것이 알려지면서 본당홈페이지는 접속자 수가 폭주하기도 했다. 3일 현재 성당스타일의 유튜브 조회 수는 10만 건을 훌쩍 넘겼다.
패러디 영상을 본 많은 네티즌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다. 아이디 pan****는 “진짜 신부님이 맞나요? 만약 진짜라면 용감하고 멋진 신부님”이라는 글을 올렸고, 아이디 75a****는 “하나로 뭉친 성당 신자들의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며 “영상을 보고 냉담을 푸는 신자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겼다.
지난 2일 영상의 주인공인 차바우나 보좌신부와 주일학교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상봉동본당을 찾았다. 영상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열정적인 말춤을 선보인 차 신부는 “애초 본당 내에서만 공유하려고 했었는데 일이 커져 버려 당혹스럽다”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제작한 영상을 많은 분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학생들도 갑작스러운 인기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하다.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김의진(18·젬마)양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밌었다고 말해줬다”며 “영상을 보고 성당에 나가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명현(18·바오로)군도 “기존에 성당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엄숙하고 근엄한 이미지가 강했다”며 “재밌는 영상을 통해 성당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영상은 여름방학 동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원곡의 뮤직비디오와 메이킹필름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완성도를 높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녹음은 성당 근처 노래방에서 진행됐다. 개사 작업은 차 신부와 주일학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 완성됐다. 원곡의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는 ‘근육보다 믿음이 굵직굵직한 형제님’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는 ‘커피 한 잔에 식전기도 바치는 자매님’으로 재치 있게 바꿨다. 차 신부는 “가사 중 재밌게 표현하고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신앙생활 안에서 실천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차 신부는 “이번 계기로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에 대한 교회 안의 요구를 느낄 수 있었다”며 “기존에 있는 대중문화를 복음적으로 활용해 신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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