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김정식(안드레아·69)씨는 요셉의원과 25년을 함께해 온 장기봉사자다. 요셉의원이 서울 신림동에 위치할 때부터 선우경식 원장과 함께했고 자신의 탈렌트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우경식 원장을 만난 것은 하느님의 섭리죠. 당시만 해도 요셉의원은 비좁고 열악했습니다. 도구도 별로 없어 개인병원에서 가져다가 쓰고 그랬지요. 그런데도 땀 흘리며 일하는 선우 원장을 보면서 ‘저분을 안 도와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우 원장과 어울렸던 20여 년 간 그는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진료봉사를 마치고 기울였던 소주 한 잔도, 치과팀과 함께 야유회를 떠나 숨을 돌렸던 즐거움도 이제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만큼 사랑했던 벗이었기에 선우경식 원장의 선종은 그에게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처음으로 신앙에 대한 갈등이 왔어요. 무슨 뜻으로 하느님은 아직 창창한 그분을 데려가셨는지 몇 년 동안 질문했습니다. 때마침 제게 편도선 암이 찾아왔고 3년6개월 동안 봉사를 쉬어야 했어요.”
올해 1월, 그는 병마와 갈등을 털고 일어나 요셉의원을 다시 찾았다. 다시 만난 첫 환자 앞에서 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우 원장은 물론, 오래 전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이 스쳐갔다.
“오래 전 한 할머니의 틀니를 해드렸는데 ‘공짜라 불편한 것 아니냐’고 계속 트집을 잡아 참다 못 해 화를 낸 적이 있어요. 다음에 할머니가 귤 한 봉지를 사갖고 오셨는데 그때 제 자만심을 많이 반성했죠. 의사는 우선 환자와 소통해야하겠구나, 환자에게 신뢰의 바탕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김씨는 한 유명가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은 요셉의원에 후원금을 전달하며 아버지를 돕고 있지만, 김씨는 한사코 알려지기를 조심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선우경식 원장은 하느님이 좋아하실만한 일을 늘 생각하며 사셨던 것 같아요. 그런 선우 원장이 남기고간 요셉의원의 일은 제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늙어도 어떤 형태로든 요셉의원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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