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은 기쁘면서도 슬픈 날이었다. 포악했던 일제식민지통치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점에서 더없는 환희의날 이었지만 현대 한국의 고통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분단의 출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소에 의한 한반도의 분할은 1945년 8월 소련의 대일 참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와 점령이 없었더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이 35년간 한국을 식민지배하기 전까지 약 1,300여년간 한국은 통일국가로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로서는 38도선은 소련의 대일 참전 직후인 8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획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분할선이 미참모본부의 안이라는 것과 그것이 소련 저지를 목표로 하는 신탁통치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새롭게 이루어질 때까지의 잠정적 조치로서 우선 설정되었다는 것은 38도선 결정에 대한 사실인식의 문제로서 학계의 합의를 얻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처음부터 분단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획책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할 점령 자체가 대소전략성의 정치적 고려에서 태어난 이상 소련과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할점령이 고정화되리라는 전망을 갖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따라서 전후의 미소냉전이 진행됨에 따라 38도선이 미소냉전의 분할선으로 고정화될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애당초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해방한국의 정치 과제는 일제의 인적 물적 유산을 청산하고 그 위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정당국의 정책부재와 우리 지도층의 무용한 갈등과 분열로 인하여 이 두 과제 어느 것도 때맞춰 실현되지 못했다. 우선 미군정 당국의 정책부재는 동시대의 미국의 일본 점령정책과 비교하면 선명히 드러난다. 약7년간의 미국의 일본점령 기간 동안 남한의 미군정기에 해당하는 초기, 일본 점령기의 최우선순위의 정책은 일본 군국주의의 청산과 민주화개혁이었다. 미국의 대일점령정책은 외세에 의한 합력으로서의 점령이 민주화를 이룩한 역사적 선례를 낳았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하면 오늘날 일본의 번영은 전후 미국의 일본점령정책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남한의 미군정의 경우도 단편적이기는 하나 일련의 민주화정책을 도모했으나 그것이 현실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당시 남한에서의 일제 청산과 민주화는 그 성격상 현상변혁을 요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보수적 지배세력에 의해서는 추진되기 어려웠다.
한국전쟁의 해석도 논자에 따라 각양각색이나 북한당국이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족해방전쟁, 혁명전쟁, 국제적내전 등 그 이름 붙이기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일찍부터 북침설을 주장했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나머지 거짓말의 크기도 눈덩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남조선 인민의 해방을 위해」 북한이 전쟁의 이니셔티브를 취했다고 솔직히 인정했어야 했다. 공산주의자라면 전쟁을 정치의 연속으로 보는 클라우제비츠와 그의 관점을 혁명전쟁 정당성의 근거로 수용했던 레닌에 대한 교양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북한에 이른바 혁명기지를 구축하고 좌파세력의 조직화가 남한 전역에 확산되어 있고 그리고 미군까지 철수한 무방비 상태의 대한민국이 「혁명」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혁명가의 목적합리성에도 걸 맞는 판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소련의 유엔 안보리 불참, 유엔군의 신속한 대응 등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역사의 변수가 북한당국의 명백한 의도와 목적의식을 좌절시켰을 뿐이다.
이리하여 한국전쟁을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승산이 있는 민족해방전쟁이었으나 역사의 우연으로 소련의 안보리불참 유엔의 신속한 대응으로 북한의 의도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애당초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미소에 의해 분할 되었던 한반도는 미소에 의한 점령정책 그리고 한국전쟁 및 휴전에 의한 분단의 공고화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