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종교까지 포용할 수 있는 광대한 바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문학도 예술도 하느님의 섭리 한 귀퉁이를 차지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된 삶의 길을 찾아헤매는 한 신학도의 여정을 따라가는 장편 소설「구도(求道)」를 펴낸 박시원(본명 박관용ㆍ베드로ㆍ45)씨는 자신의 문학을 방향짓는 것은 바로 신앙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구도의 길은 하느님의 길로 귀착된다. 그렇기에 「참으로 인간이 우월한 까닭」은 정신, 맑고 깨끗한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도」에서 병들고 피폐한 육신과 순수한 영혼의 세계를 통해 구원으로 향하는 삶의 본질을 진지하게 성찰한다.
구도의 길은 험난하다. 이 책 역시 고통스런 삶의 체험에서 구원의 첫걸음을 찾는다. 폐부를 쥐어짜는 기침소리와 각혈로 얼룩진 폐결핵요양원을 무대로, 도피하듯 신학교를 입학한 채정률과 5척 단구에 폐병을 심하게 앓는 조시형이라는 사내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사내의 일거수일투족은 엉뚱하고 괴팍하며 때로는 패륜적으로까지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학도는 그 사내가 지닌 영혼의 순수함에 매료된다. 결국 병이 악화됨으로써 세상을 떠나는 사내 앞에서 주인공은 도망치듯 피신해 들어온 성직에의 길에서 이제는 참된 의미를 발견한다.
『저 자신이 20여년을 폐결핵과 투병해 왔습니다. 그 고통스런 시간들이 바로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5살 때 늑막염을 앓고 사경을 넘었던 그는 다시 17세때 그 후유증이 폐결핵으로 발전한다. 얼마간의 투병끝에 그는 20세때 쓰러져 병상생활을 시작했고 몇년간에 걸쳐 거의 완치됐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10년후인 81년 또다시 재발, 치료를 위해 전국 각지의 기도원과 요양원, 만성 질환자 수용소, 깊은 산속의 암자에 머물거나 뱀사냥을 다니기도 했다. 88년 그는 마침내 「좌폐 상엽」을 잘라내고 「흉곽 성형」 수술을 받음으로써 투병의 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2년 동안 「구도」를 쓰면서 원고를 10번 이상 고쳐 썼습니다. 체력의 열세로 영양주사를 꼽아가면서 매달렸지요. 20년 투병의 한(恨)이 응어리져있지 않았다면 완성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86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당선, 93년 문화일보 동계문예 중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저자는 현재 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피폐한 농촌과 도시의 권력자를 대비시켜 사회적 모순을 드러낸 「탯줄」(가제)이라는 작품을 완성해두고 있다. 또 내년쯤 인간 문명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실상을 다룬 작품을 구상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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