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우라나라 해방후 50년은 사업화 시대가 열렸으며 이 사회에 새로운 사태(레룸 노바룸)가 일어났다. 우라나라의 교회도 어떤면에서 1백여년전 「레룸 노바룸」이 발표될 시기와 비슷한 때인 것 같다. 구미에서 산업화가 시작되어 많은 노동자 문제가 일어났다. 그래서 공산주의가 생기고 노동자들의 국제적인 모임도 일어났다. 교회에서도 노동자들이 떠나고 사회가 혼란하게 되어 뒤늦게나마 레룸 노바룸(새로운 사태)회칙을 발표하고 노력을 했다.
선진국에서 교회가 산업화 시기에 노동자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노력을 보였느냐에 따라 교회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이 시점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교회 노동자 사목 발자취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 1958년에 지오쎄(JOCㆍ가톨릭청년회)라는 노동자들의 운동이 이미 시작되었다. 지오쎄는 1925년 죠셉 까르덴 신부에 의해 시작된 가톨릭의 노동운동이다. 이 운동은 훌륭한 교육방법과 좋은 정신때문에 세계 여러나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 산업체 근로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간호사ㆍ사무직 직원 등으로 시작되었고 사회봉사활동을 주로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되었다. 지오쎄 조직은 최근에는 사회환경변화로 많이 줄었지만 20여년동안은 전국에 걸쳐 수백 그룹의 조직을 가질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지오쎄 운동은 처음에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선구자로서, 노동자들의 생활운동으로서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산업화 초창기에 지오쎄 회원들에 의해 일어난 강화도 사건은 노동계와 교회에 처음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였다.
1965년 강화도 성당에서 방직공장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지오쎄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회원들이 약3백명이나 되었다. 그곳 신부님은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교육에도 도움을 주었다.
1967년 그곳의 가장 큰 공장에서 너무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오쎄 회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자 회사에서는 경찰 등을 동원해 노조 결성을 막고 주동자인 지오쎄 회원들을 해고하고 다른 회원들에게도 많은 협박과 고통을 주었다. 그리고 모든 공장 주인들이 모임을 갖고 지오쎄 회원들을 직장에서 받지 않기로 결의문을 공포했다. 그리고 그곳 신부를 다른 곳으로 보내도록 주교님께 건의하기로 했다.
지오쎄 회원들은 많은 억압에 맞서 오랫동안 투쟁했고 교회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한국 주교님들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노동운동이 거의 없었고 더욱이 기업주에 대항해 노동자들이 투쟁한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지기 어려운 시기였다. 이런 때 교회의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투쟁을 한 것이나 주교님들이 지지성명을 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주교단 이름으로 노동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며 마지막이었다.
1966년 지오쎄에서 농민들을 위한 새로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톨릭 농민회가 분리됐다. 농민회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발전하면서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활동과 투쟁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농민들의 문제는 대부분 정부의 농업정책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여러분야에 걸쳐 투쟁을 했고 최근에는 우리밀 살리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톨릭노동장년회가 발족해 서서히 전국적으로 확산돼 갔다. 가톨릭노동장년회는 결혼한 가톨릭 노동자들이 지오쎄 방법과 교육을 통해 활동하는 생활운동이다. 이 운동도 현재 전국적인 연합회 구성을 준비중에 있다.
1985년에는 가톨릭전국노동사목협의회가 조직됐다. 가톨릭노동청년회나 노동장년회는 노동자들의 조직이고 이 협의회는 노동현장 밖에서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단체이다. 이들은 전국 여러 공단 근처에 집을 마련해 찾아오는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 단체 이외에도 수도단체에서 근로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고 노동상담소를 통해 노동자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적은 숫자이지만 공장에서 노동을 하는 수도자들도 있다.
1991년부터 서울대교구를 시작으로 몇몇 교구에서 외국인 노동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인권 침해를 많이 당하고 있음으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일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운동의 방향이나 방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생겨나고 갈등을 겪어왔다. 지오쎄(가톨릭 노동청년회)나 가톨릭 노동장년회는 이 과정에서 소위 운동권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많은 노동운동가들은 노동문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나쁜 법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므로 정치적 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오쎄는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오쎄회원들이 전국 각 지역의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 속에서 노동운동을 해야 했다. 지오쎄 회원은 지오쎄 조직을 통해 일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일터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투쟁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해방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에는 자신들의 여건이나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교회의 노동자 사목에 대한 평가
서구 유럽에서는 산업화가 시작되고 노동자 문제가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뒤늦게 교회가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오쎄(가톨릭 노동청년회)운동이 생겨났고 일부 사제들이 공장으로 들어가 노동을 했다.
요즘은 노동자 사목을 제일 잘하는 교회는 불란서 교회라고 한다. 불란서 혁명을 겪고 산업화 초기에도 노동자들을 잃었지만 늦게나마 뜨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수많은 성직자들이 노동자들과 모임을 함께 하여 지오쎄 회원들도 세계의 절반 이상이나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교회가 밝은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란서 교회는 희망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우라나라는 산업화 초기에는 잘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소외되지 않았고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많았고 교회의 사회정의운동도 활발했다. 그래서 많은 가난한 국민들이 교회에 희망을 가졌기 때문에 70년대 중반 이후 80년대 초기에 가장 많은 예비자들이 교회를 찾아왔다. 그러나 교회는 서서히 중산층화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 한국의 주교님들이 교황님을 방문하였다. 그때 한국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은 교황님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렸다고 한다. 『한국의 교회는 지난 20년동안 많은 발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발전과정에서 교회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기형아처럼 되었다는 것이 마음 아픈 일입니다.』
몇몇 통계를 보면 천주교 신자들은 일반 국민들 보다 경제적으로 수준이 높은 편이었고 전문직이나 관리직 사람들이 비교적 많다. 반면에 농민이나 노동자들중에는 신자비율이 뚜렸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교회와 노동계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있다. 특히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교회에 대해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또 지금까지도 교회는 부자와 정권에 밀착되어 있고 노동자편에 서 있은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노동자들도 교회는 중산층사람들의 것이고 자신들은 여러가지로 소외감과 부담을 느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이 여러 성당에서 노동자들을 만나서 모임을 갖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열등의식도 있지만 노동자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데 큰 원인이 있다고 한다.
많은 노동자들은 교회 지도자의 사회적인 발언이나 여러 운동을 보면서 교회에 대해 희망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이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교회들은 노동자들을 반기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7년 이후 가톨릭 기관에서 더 많은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물론 당시 노동운동의 세찬바람도 있었고 노동자들의 지나친 요구도 많았다. 그러나 비례적으로 볼 때 노사분규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이나 많았고 서로간에 대화의 부족 등으로 불신의 골이 깊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노력해야 할 과제
예수님은 노동자이셨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는데 왜 지금의 교회는 노동자들을 잃고 있는가? 노동은 신성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회는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가? 교회를 떠난 것이 노동자들의 문제인지 또는 교회의 잘못인지 우선 깊이 반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노동자들의 복음화를 위해 두가지 방법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는 교회의 전통적인 방법으로써 가능한 한 노동자들이 교회에 나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안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잡을 때 그들은 동료들을 서서히 데려 올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 방법은 교회가 노동자들 안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며 그들을 찾고 그들이 교회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교회가 노동자들 안에서 긍정적인 가치관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는 노력이기도 하다. 서구 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성직자들이 노동자로서 공장이나 작업장에 나가 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늦었지만 이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났기 때문에 그들을 찾으러 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사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있고 투신할 수 있는 신부들을 양성해야 한다. 신학교 양성과정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불란서에서는 그와 비슷한 신학교가 세워졌고 스리랑카에서도 농민들을 위한 사목을 하기 위한 특별한 과정이 신학교에 있었다. 미국에서도 남미 이민들이 노동자들이 많아서 여러 신학교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게 하였다.
이런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수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 교회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 교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므로 많은 연구와 함께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결단의 필요성은 이미 지난 공의회에서 제시되었다. 『가난함이란 교회에 있어서 사활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없이는 교회는 세계의 노동자를 잃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특히 서부 유럽의 몇몇 지방에서 많은 노동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교회로부터 떠나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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