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명윤리는 인격주의적(연재 14참조)생명윤리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윤리는「공동체 안에서의 개별인격」을 중심으로 한 윤리원칙들로 그 기초를 삼으며 따라서 이러한 윤리원칙들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윤리적 결정(ethical decision-making)을 한다. 우리의 윤리 원칙들은 형이상학적인 공리(公理)에서 출발한 추상의 가치선언이 짜 맞춘 선험적 규칙들의 나열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체계를 무시한 일과성(一過性)상황해결의 원리들이어서는 더욱 안된다. 우리의 윤리원칙들은 그 자체가「인간을 중심으로 한 철학과 신학」이라는 더욱 근본적인 바탕 위에 기초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윤리원칙에 입각한 접근을 통하여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기술적 방법이 나올 수는 있다. 또한 구체적인 윤리적 상황을 지혜로이 분석하는데 이 윤리원칙들이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형이 상학적이고도 신학적인 기초가 부족할 때 그것은 쉽게 자기모순에 빠지는 맹목적인 기술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이미 배척된 결의론에 또다시 안주하는 결과를 빚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채택하는 생명윤리원칙의 체계는 우리의 그리스도교적 인격주의를 기초로 한, 인격중심의 필요와 체험들이 일반화된 것이다. 우리는 그 예를 도미니꼬회의 저자들(Ashley, O’R ourke, 1986년)에게서 찾아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격주의를 표현하는 윤리원칙들을 대신덕(對神德: 신덕, 망덕, 애덕)의 틀안에서 분류, 열거하낟. 믿음, 희망, 사랑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행위의 원천으로 소개하는 바울로의 가르침(Ⅰ고린 13)에 따라서 그들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인간적인 필요와, 세 위격의 공동체(삼위일체)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공동체적 삶의 필요는 바로 이 믿음, 희망, 사랑에서부터 충족된다고 말한다. 물론 비그리스도인들은 이 대선덕들의 그리스도중심주의적 의미는 모르더라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매우 중요한 인간적 가치들임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생명윤리의원칙들을 그안에 분류하여 그 원칙들의 원천과 최종지향이 믿음, 희망, 사랑임을 나타내고자 하며, 또한 그것들이 생활상의 실재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먼저 이들은 믿음의 원칙 안에서 양심형성의 중요성(wellformed cons-cience), 자유롭고도 고지된 승낙(free and informed consent), 윤리적 분별(moral discernment), 이중효과(double effect), 합법적 협조(legiti-mate cooperation), 전문적 통교(profe-ssional communications) 등의 원칙들을 포함시킨다. 물론 이러한 원칙들이 순수한 그리스도교적 가치들만은 아니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원칙들을 더욱 명백하고 확실하게 만들어 지혜로운 결정의 실질적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원칙들 안에는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 공동성, 보조성 및 기능성(common good, subsidiarity functionalism), 인격의 전체성(totality of the human person)을 포함시키고, 희망의 원칙 안에는 고통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suffering), 인격화된 성(personalized sexuality), 관리와 창조성(stewardship and creativity)의 원칙들을 분류하고 있다.
그들은 이중효과의 원칙이나 전체성의 원칙 등 전통 가톨릭윤리신학에서 발전되어 온 원칙들과 현대의 생명의료윤리에서 발전된 새로운 개념들을 종합하여 모두 그리스도교적 비전으로 정리하면서 생명윤리철학과 신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다음 연재에서 이들의 12가지 생명윤리원칙들을 요약 소개하기로 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틀 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일부 전통적 윤리 원칙들은 본 연재 제Ⅱ부(생명윤리의 문제들)에서 필요할 때마다 따로 소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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