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을 하고있는 우남식씨(가명ㆍ요한ㆍ34세)는 넉살이 좋다고 할만큼 사교성이 강하고 모든 일에 앞장서는 활력이 넘치는 대표적인 30대 중반의 남자다.
우씨는 부모님의 영세입교로 국민학교 3학년때 세례를 받고 주일학교에 다니면서부터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후배들과 어울리며 학교와 성당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랐다.
우씨는 대학교 재학중에는 상당기간을 교리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이 시기에 같은 본당의 교리교사와 사랑에 빠져 교사회 속에서도 공인된 커플로 지내다 7년간의 열애끝에 5년전에 결혼했다.
결혼당시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경제적 곤난을 겪던 우씨는 결혼할때 당분간은 아이를 갖지않기로 아내와 합의하고 아내도 우씨의 성공을 위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견뎌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씨는 그동안 사귄 성당친구들과 모임도 가지고 그런대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고정적인 수입이 없이 가계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아내와의 불화가 잦아졌고 우씨는 친구와 비교되는 자신의 처지와 아내와의 불화 등으로 미사에 자주 빠지게 되었고 그리 신앙심이 깊지않던 양가에서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것을 권유하지도 않았다.
우씨는 미사를 궐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으나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상담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부모님집에서의 상담도 신앙문제는 늘 뒷전으로 취급됐다.
결국 결혼 2년만에 이혼에 이르고만 우씨는 그길로 냉담하게되었다.
우씨는 이혼의 상처가 아물즈음 성당에 다시 나갈 생각을 가지기도 했으나 이혼자체가 큰 죄라는 생각때문에 냉담생활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혼후의 신앙생활에 대해 본당신부와 상의해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씨는『이혼문제로 상담을 해보았지만「이혼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참고 살아라」고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고 이혼후 신부님이 이혼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소식이 없었다』며 이혼한 자신에 대한 신자들의 눈총이 따가워 성당에 나갈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혼 사실을 아는 신자친구나 어른들 역시 신앙문제에 대해선 별반 언급을 하지않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이냐는등 일반적인 대화만 해왔고 이혼후 성사생활에 대해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오랜기간의 주일학교 활동과 교리교사를 지낸 우씨의 경우를 취재하면서 먼저 느낀 것은 우리 교회가 신앙생활을 잘하는 울타리 안의 양들만을 대상으로 사목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이혼자체로 어떤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재혼하지않는 한 성사생활도 할 수 있고 교회의 모든 활동에 참여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신자들은 스스로를 단죄하고 냉담에 이른다.
따라서 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런 길잃은 양을 위한 사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이혼자를 돕고 그들이 자신을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염려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사목자와 전신자 공동체에 호소하는 바이다. 그들은 세례받은 자들로서 교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고 진정 참여해야 하는 까닭이다』(가정공동체 84항)는 말씀처럼 교회 또한 이런 입장을 너무도 잘 견지하고있지만 현실적으로 떨어져나간 신자에 대해 그들 자신의 문제로만 맡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교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할때 늘 거론되는 친교의 부족은 바로 이런 점에서도 나타난다. 우씨의 경우 주변의 많은 신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위로하고 사랑의 상처를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면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의지해서라도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우씨도 이부분을 가장 아쉬워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기도의 부족이다. 특히 신세대 부부가정일수록 이부분은 약한데 물직적이고 감각적인 현 사회추세와 맞물려 신앙인이면서도 자신의 문제를 일차적으로 신앙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갖고있지 않는 것이 현추세다. 우씨의 경우 결혼 초엔 두사람다 교리교사출신으로 두어달은 아침저녁 기도를 같이 바쳤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각자 기도생활을 하거나 아예 기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의 교회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혼자 기도하는 경우가 76.8%로 신앙이 자꾸 개인적으로 되어가는 추세다. 이에 대한 한 사목자는『교회는 친교의 공동체이므로 신앙은 사회성을 가져야하고 이렇게 함께하는 가운데 희생과 봉사라는 교회정신을 실천하게 된다』면서 개인적으로 신앙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이기적으로 흘러 신앙과 생활을 유리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80년에 23건의 혼인중 1건 84년 10건의 혼인중 한건, 90년 8.5건의 혼인중 한건, 92년 7.9건의 혼인중 한건, 현재는 6건의 혼인중 한건으로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신자들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씨의 경우처럼 결혼 5년미만의 경우가 전체 이혼의 40%를 차지하고있어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으며 우씨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경우 교회내에서 이혼전에 교리적인 대화만이 아니라 이혼자체까지도 고려한 솔직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와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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