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문제를 언급하면서 연도가 수록된「천주성교공과」가 모예가 저술한「천주경과」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봤다.
구성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상장예정에 나오는 기도문들중 어디까지를 연도라 할 것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천주성교공과에는 제4권 말미에 연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시편, 연옥도문, 저축문, 연령을 돕는 찬미경, 어린 아이 죽은 후에 하는 찬미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문본「천주경과」는 이 가운데 저축문이 빠진채 4부분만 수록되어 있다.
한국천주교회의 첫 예식서인「천주성교예규」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성교예규는 역시 한문본을 다블뤼 안주교가 번역한 것으로 1860년 전후에 완성되어 1864년 경 상ㆍ하권 두권의 목판본이 국내에서 처음 간행됐다. 1권에는 주로 임종에 관한것, 2권에는 상장예절을 다루고 있다.
흔히 연도라고 하면 시편 130.51편과 연옥도문(성인호칭기도), 찬미경만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염습, 입ㆍ출관, 도묘, 하관 등의 기도를 포함해 넓은 의미의 연도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반적인 흐름
민족고유의 전통과 정서가 물씬 배어있는 연도는 구성지고 장엄하며, 어수선한 주위의 분위기를 차분하고 엄숙하게 잡아주고 숙연케하는 힘이 있다.
연도의 내용은 시편 130편, 51편을 시작으로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성인호칭기도,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의 기도, 연령을 돕는 찬미기도, 염습(殮襲)의 기도, 입관(入棺)의 기도, 출관의 기도, 묘지에서의 기도(도묘), 하관의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연도를 시작하면 우선 주님께『우리의 비는 소리를 들어주소서』하고 부르짖는다.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사 잘못과 죄를 씻어주시고 구원해 주시기를 간청하는 것이다.
시편 다음 바로 호칭기도로 이어진다. 성인의 통공(通功)을 믿는 신자들은 모든 성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이면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주실 것이다』(요한 16, 23)하신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우선 하느님과 그리스도부터 모신다.
그리고는 성모 마리아, 천사들, 성 요셉, 사도들과 복음사가들, 성조와 예언자들, 치명하신 성영아, 성 스테파노를 비롯한 순교자들, 주교와 증거자들, 학자 사제와 부제들, 수도자와 은수자,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동정녀와 수절 성녀들,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 순교자에 이르기까지 천주의 모든 성인 성녀들을 불러 모시면서 세상을 떠난이가 천국에 들게해 주실 것을 소리높여 애원한다.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김득수(프란치스꼬) 회장의 말. 『살아있는 우리가 돌아가신 분을 위해「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천당에 가게 해주십시오」하고 노래로 비는 이 자리야말로 참으로 멋지고 기가 막힌 자립니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 마리아 성인 성녀 모두 모셔놓은 자리에서 이렇게 기도하는데 하느님께서 그걸 안들어주시겠습니까. 정말로 멋진 기도 한마당이지요』.
이어서 예수의 수난과 성령을 찬미하면서 세상떠난이의 죄의 상처를 낫게해 주시고 하늘나라에서 영복을 누리게 해달라는 찬미기도를 바친다.
현행 연도의 찬미경은 15조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모예가 묵주기도 15단을 하면서 곁들여 하던 것이다. 유럽에서는 죽은 자를 방문해 묵주의 기도를 하고 있다.
인용 시편의 특성
히브리 말로「찬양가들」또는「찬양가들의 책」으로 불리는 시편(집)은 구약성서 율법서와 예언서 다음에 나오는 성문서의 첫머리다.
시편은 전체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말씀, 곧 기도이다. 또 이것은 오랜 기간동안 이스라엘인들이 그들의 종교적 체험을 찬미와 탄식, 애원의 형식을 빌어 표현한것이다.
시편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편노래가 인간이 하느님 체험을 노래한 것이며, 이러한 체험에서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하느님께 전달하는 것이라고 볼때 신과 인간과의 대화로서 이보다 더 위대한 걸작품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를 전제로 시편 130과 51편의 특성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시편은 크게 찬양시편과 탄원 신뢰 감사시편, 교훈시편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연도 첫머리에 나오는 두편의 시편은 두번째 유형에, 그 중에서 특히 탄원시편에 속한다. 이 범주에 속하는 시편들은 공통적으로「곤경」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났다.
탄원시편은 일반적으로 네단계로 전개된다. 먼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하고, 이어서 자기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본격적으로 간청을 드리고, 하느님께서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는 확신을 고백한다.
곤궁에 빠진 이들은 고통이나 죽음을 죄에 대한 벌로 여겼다. 이들은 그래서 자연히 이런 결과를 인정하면서 하느님의 진노를 누그러뜨릴 방도를 찾는다. 죄의 고백은 용서를 부르고, 하느님의 은혜는 구원을 가져다준다.
탄원시편중 7개의 기도가 (시편 6, 32, 38, 51, 102, 130, 143)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전통적으로「참회시편」으로 애용되어 왔는데, 시편 51과 130은 이 가운데 가장 영성적으로 성숙된 면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참회시편이다.
시편의 이러한 성격을 염두에 두고 노래하고 묵상할때 시편의 참 맛과 죽은 이를 위한 연도의 깊은 뜻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강조되어야 할 것은 시편기도의 저변에 깔려있는「부활에 대한 희망」과「승전의 기쁨」을 노래한 시편저자의 확고한 믿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옥도문의 성인들
시편에 이어지는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호칭기도(연옥도문)에는 다양한 부류의 성인들이 등장한다.
삼위일체이신 천주성부에 이어 등장하는 이가 천주의 성모 마리아다. 이어 나오는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은 천사들. 세자 성요한과 마리아의 정배이신 성 요셉, 다음에 성 베드로를 위시한 사도들이 등장한다. 성 바오로, 안드레아, (큰)야고보,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시몬, 타대오, 마티아, 바르나바가 그들이다.
복음사가인 루가와 마르꼬가 뒤를 잇는다. 성 스테파노와 라우렌시오, 빈첸시오, 파비아노와 세바스티아노, 고스마와 다미아노 이들은 목숨으로 예수의 부활을 증거한 순교자들이다.
성 실베스텔을 비롯한 그레고리오, 암브로시오, 아우구스띠노, 예로니모, 마르티노, 니콜라오 성인들은 주교로서 혹은 학자로서 신앙을 전파한 증거자들이다. 뒤이어 나오는 성 안토니오, 베네딕도, 베르나르도, 도미니고, 프란치스꼬, 성인은 사제혹은 수도회를 창설한 수도자 은수자들.
이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와 아가다를 비롯한 동정녀와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 성 라우렌시오 범세형, 성녀 아녜스 김효주와 골롬바 김효임이 등장한다. 범세형은 제2대 조선교구장이었던 앵베르 주교(파리외방전교회)의 한국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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