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삼풍백화점 사고를 보아도 그렇고 요즘의 우리 사회는 정신개혁과 물질주의ㆍ이기주의 사고의 전환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한 경향은 우리교회 평신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평신도를 통해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음을 천명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강조하면서 『평신도들은 「내가 곧 교회」라는 주체의식을 갖고 나부터 쇄신한다는 정신과 나아가 사회안의 누룩이 되겠다는 자세를 진정 가져야할 때』라고 밝히는 전남대학교 최한선(예로니모ㆍ58ㆍ광주 서산동본당) 총장.
최총장은 광주대교구가 대목구로 승격되고 교세를 나날이 늘려가던 60년대부터 70년대초까지 교구 평신도운동의 활성화와 평신도 교육에 주체적으로 앞장섰던 인물.
또한 그 이후 71년부터 15년여를 오스트리아에서 지내는 가운데 그곳에 체류하고 있는 한인신자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빈한인성당을 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지칠줄 모르고 교회와 함께 해온 평신도이다.
광주대교구 평신도들의 대부라 불리는 오병문(전교육부장관) 이상래(전 순천대학장)씨 등과 함께 평신도들의 구심점으로 활동, 광주대교구가 방인교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밑거름 역할을 했던 그는 『당시에는 평신도들도 적극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교회일에 앞장섰고 교회도 이러한 신자들에게 큰 관심을 대했다』며 『요즘은 그전에 비해 신자들의 교회를 생각하는 열정이 많이 식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최총장은 68년 교구내 대졸 이상 학력자들을 모아 「학사회」를 조직한 바 있다.
회장을 맡았던 그는 69년 「학사회」 이름으로 「성심 고등공민학교」라는 야학을 설립, 돈이없어 학업을 못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학사회는 본당을 초월한 평신도들의 첫 거교구적 모임이었다. 교회밖으로도 눈을 돌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모습을 구현하자는 취지를 가졌던 이 모임은 그 구성원들이 당시 교구에 보급됐던 꾸르실료운동에 대거 참가하면서 활동하는 평신도 양성의 장으로 자리잡는다.
『꾸르실료운동은 체계적인 평신도 교육의 본산이 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방인자치교구의 틀이 잡혀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때의 교구장 헨리 주교님 (현 하롤드 대주교)은 한국인 교구로의 이양을 염두에 두고 평신도교육에 많은 배려를 했습니다』
직장시간을 쪼개서 야학을 위해 뛰어가고 본당 사무장 역할부터 주일학교 교사, 예비자 교리 교사 등 정신없이 본당일을 맡았했던 그때 그시절을 회고하면 최총장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양적인 수는 늘어났지만 미사후 성당문밖을 나서면 단순한 사회인으로 돌아서고 본당 활동을 맡기 싫어하는 신자들의 개인주의 경향 등 표리부동적인 요즘 가톨릭신앙인들의 세태가 비교되기 때문이다.
『양적성장이 교회성장과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영세후 재교육이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적으로 신앙이 심화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세식과 더불어 교회를 졸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양적팽창과 중산층화 경향이 신자들의 내적인 성숙을 막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진단한 최총장은 한편 교회흐름에 있어 지나치게 성직자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면을 꼬집으면서 이것은 사제들의 의식도 문제가 있지만 평신도들이 그들의 몫을 다하지 못한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단 평신도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향이 무르익어야 할것입니다. 책임질 일을 하게 되면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잘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목협의회 등을 마치 본당재정확보를 위한 기구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탈피되어야 합니다』
전국 국 공립대학교 총장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총장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고 있지않은 상황에서 『퇴임후 정신ㆍ물질적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평신도 주일을 맞는 소감을 덧붙인다.
『이날이 연례 행사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평신도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한국교회의 전래는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또한 신자 개개인이 작은 교회라는 점에서 이 사회에 빛과 희망을 주는 존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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